많은 데이터(X) 맞는 데이터(O) 데이터 페어링 시대
‘어떤 데이터를 활용할 것인가’ 검토를 할 때 가장 생각해야 되는 건 ‘데이터를 가지고 뭘 하려고 하는가‘ 다. 때로 당연한 것이 제일 어렵기도 하다. 데이터를 공급하다 보면 데이터 수급 자체가 목적인 기업들을 더러 만난다. 데이터 구매를 위해 발주를 하고 예산에 맞는 데이터가 들어왔다는 증빙이 되면 그걸로 완성되는 프로젝트다.
고객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공급자의 손을 떠난 이야기기도 하지만, 내가 파는 상품이 그냥 창고에 박혀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데이터가 아니라 사과를 파는 사람도, 냉장고를 파는 사람도, 뭔가를 파는 사람이라면 다 같은 마음일 것 같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을 고객이라고 해서 냉장고를 안 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잘 사용할 고객에게 갔으면, 그 고객이 좋은 레퍼런스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다 같을 것 같다.
전략팀에서 일하는 과장이 회사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자사 브랜드와 경쟁사 브랜드들의 점포별 매출규모나, 상권별 입지, 주이용 고객 속성을 비교하고 거기에 더해 점포별 베스트셀러 상품들을 비교해서 보고 싶다면, 내가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데이터를 찾으면 된다.
요즘은 데이터가 필요한 사람들과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들을 연결해 주는 데이터 중개인 역할의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한 곳에만 연락을 해도 얼추 시장 내에서 유통되는 데이터 유형들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1개의 기업이 전부 가지고 있지 않을 때, 나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안을 받게 된다. 이때 나오는 이야기가 데이터 융합이나 데이터 결합, 아니면 아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 동의 기반의 데이터 수집이다.
맛있는 음식도 누구와 함께, 언제, 어떤 분위기에서 먹느냐에 따라 그 경험이 크게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데이터도 많은 양의 데이터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음식이 좋은 와인과 페어링 되었을 때 더욱 맛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저는 잘 몰라서 점유율이 제일 높은 데이터를 추천해 주세요” 이렇게 시작하는 구매는 우리가 쿠팡에 들어가서 사과를 판매순으로 정렬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미 많이 팔린 상품을 선택하는 것에 안심되는 부분은 있지만, 이 구매에 나의 상황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나는 1인가구라서 소량이 필요한데 대용량으로 팔아 단위 가격이 제일 낮은 상품이 위에 노출된 건 아닐까? 예전에 할인을 해서 많이 팔렸던 상품이 지금 보이고 있는 건 아닐까? 이 구매가 내가 원래 달성하고자 했던 의도를 만족시켜 줄 수 있나를 생각해야 한다. 귀찮지만 그렇다.
데이터는 내가 필요한 이유를 충족시켜 줄 수 있으면 된다. 합리적인 가격 수준에서, 그리고 나를 속이지 않고 친절하게 응대해 주는 담당자가 있는 곳에서.
보통의 데이터를 넘어 남다른 데이터를 찾고 있다면 데이터에 데이터를 얹어보면 된다. 어떤 데이터 간의 궁합이 잘 맞는지, 이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데이터와 데이터, 데이터와 사람, 분석방법 간의 페어링을 생각해 보자.
자 이제 하나 물어보면서 마치려고 한다. 지금 활용하고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구매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그 데이터를 나만 가지고 있나? 남들도 다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그냥 똑같이 쌓아두고만 있는 건 아닌지? 늘 하는 말이지만 고객이 관여도를 높여야 좋은 데이터를 구할 수 있다. 관여도를 높이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면 데이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물어보자, 답을 구할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