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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Mar 20. 2024

보이차를 마시며

나는 왜 요가를 하는가



 제가 하타 수련을 하는 요가원은 120분의 수련을 마친 후 도반들과 함께 하는 차담 시간이 있습니다. 주 2회 이틀 중에 목요일에는 뒷 수업이 있어서 화요일에만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처음 몇 번은 끝나면 배가 고파서 뛰쳐나가기 바빴었는데요, 한 번은 선생님께서 차를 마시고 가라고 하셔서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았었어요. 수련을 마친 후 차를 마시니 몸안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좋아서 그 후론 매주 차담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한 분이 고민을 토로하셨어요. 요가 권태기가 온 것 같다고요. 요가 강사가 아니다 보니 삶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는 늘 요가의 끈을 먼저 놓게 되는 것 같고, 그래서 자괴감이 든다고 하셨어요. 요가를 나눴다면 의무감으로라도 계속 끌고 가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도 하셨고요. 고민을 들은 선생님께서 그간 요가를 나누며 만나왔던 경험을 나눠주셨어요. 듣다 보니 문득 나는 왜 요가를 하는지에 대해서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더군요.


 저는 첫 직장에서 7년 간 근무를 했어요. 같은 직종 프리랜서로 옮기면서 일을 그만뒀는데요, 직장을 다니면서는 제가 굉장히 자유분방한 인간인 줄 알았습니다. 워낙 단체생활을 힘들어 하는 유형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자유로운 영혼이라 믿으며 살아가다가 프리랜서가 되어 울타리를 벗어나고 나니 한동안은 어찌나 적응하기 힘들던지요. 벗어나고 싶었던 규칙이나 규율이 막상 사라지고 나니 지탱할 곳이 없다는 게 익숙지 않아 한동안 방황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방황도 모두 내 삶에 뼈와 살이 되는 것이었고, 그 시기였기에 가능한 청춘의 한 장였지만 당시에는 시야가 좁은 상태였죠.


 계속 이대로 가다간 큰 사달이 나겠다 싶을 정도로 위태로웠어요. 제대로 우뚝 서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강구하다가 마지막 동아줄로 잡은 게 요가였어요. 집 근처에 너른 창밖으로 남산이 보이는 요가원이 있었는데요, 매일 오전 요가를 하면서 생활의 패턴을 다시 바로 잡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몸이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해진다고 믿었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동아줄을 붙잡고 매달리는 심정으로 요가를 시작해서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왔네요. 요가를 시작하고 3년 정도 지나서 요가 지도자 공부를 하면서도 요가 수업을 나눌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로부터 3년 정도 지나 또 요가 지도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기회 생겨 냉큼 잡았어요. 석 달간의 공부를 마치고 나니 그때는 또 자연스럽게 요가를 안내하는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요가를 나눈 지도 3년 차가 되었네요.


 가만 살펴보면 요가를 만나서 지금까지 걸어온 흐름이 모두 자연스러웠어요. 애쓰지 않아도 편안한 느낌이요. 가끔 욕심으로 강행하려고 하면, 역행이구나 싶은 게 느껴지고 빨리 지칠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요가를 만나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후회도 걸림도 없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요. 흘러간 모든 시간이 그럴 일들이었고 때가 되어 만나게 될 것들을 만난 것처럼요. 앞으로도 단단하게 삶을 지탱해 주는 요가와 함께 파도의 물결 따라 넘실넘실 잘 흘러가보려고 해요. 파도가 치면 파도에 저항하기보다 몸을 맡겨보기도 하고 파도가 없는 날에는 열심히 손으로 노를 저어 나아가보기도 하면서요.


 요가는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자 내 인생을 지탱하는 단단한 기둥이 되었어요. 그때 잡았던 동아줄이 요가가 아닌 다른 무엇이었다면 지금쯤 내 삶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삶 중앙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해서 가까운 이들을 떠올려 봤어요. 아마도 아보씨는 게임일 테고요, 강아지가 삶의 가운데에 있는 친구도 떠오르네요. 누군가는 아기, 누군가는 일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고요.


 여러분 삶의 중심에는 무엇이 자리 잡고 있나요? 중심을 잡아주는 도구와 함께 삶이 만들어내는 너울에 마음을 내맡기고 부디 하루하루 편안히 흘러가길 바라요.





글/그림

버들 (그림@am.3.27 요가@305willow)

이야기를 그리며 요가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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