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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Mar 27. 2024

머리보다 심장이 높아지면

역자세

 

머리보다 심장이 높은 자세를 통틀어 역자세라고 합니다. 평소 늘 위에 있던 머리를 아래로, 심장을 위로 향하다 보니 혈액순환을 돕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요, 개인적으론 생각의 전환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하게 느껴지거나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을 할 때가 왕왕 있죠. 답이 없는 문제, 과거에 대한 후회에게 잡힌 발목, 내리기 힘든 두갈레 길 앞에 있을 때는 차라리 한 발자국 물러나는 것이 방법입니다. 위와 같은 머리 아픈 상황을 마주한 공간이 집이라면 저는 자동으로 윗도리를 바지 속으로 주섬주섬 집어넣으며 일어납니다. 판단력이 흐려질 때 살람바 시르사 아사나(머리서기)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죠.


 심장과 머리의 위치가 바뀐다는 것은 내 시야 앞에 보이는 것들이 뒤집어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시야 앞에 보이는 것이 뒤집어지면요, 신기하게도 머릿속 마저 뒤집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역자세가 이렇듯 의식의 전환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일정한 시간을 하고 올라오면 머릿속이 개운해지면서 아까의 고민거리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의지가 솟구쳐 올라와요. 실제로 꾸준한 시르사 아사나 수련은 뇌세포를 활성화시킵니다. 사고력이 증가되니 생각이 명확해질 수밖에 없겠죠. 정수리로 바닥을 눌러 두피 마사지까지 되니 일석이조입니다. (아픔과 시원의 중간인데 뜨거운 것을 먹으며 시원하다고 하는 거랑 비슷한 듯)


 역자세를 할 때면 급한 성격이 단번에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컨트롤하기 힘들기 때문인데요. 당장에 당황스러운 마음이 올라오니 밀려오는 감정과 나 사이에 거리를 지키는 일이 힘들어집니다. 귓가에는 계속해서 ’ 내려가- 위험해- 어서 내려가-‘ 염려 섞인 마음의 소리가 메아리치죠. 실제론 1분이 채 되지 않을 짧은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아 아쉽게 느껴질 때는 역자세를 해보세요.)


 자세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이 나를 잠식하려 할 때, 그게 진짜 신체적 위급상황 때문인지, 습관적 불안감 때문인지 알아차리려고 노력해 보세요. 후자라면 평소에 머무르던 시간에서 몇 호흡 더 머물러보면 어떨까요? 머무른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자연스레 매트 안 시간의 결과가 매트 밖으로 이어지게 되거든요. 불편한 상황 속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나와 그런 상황과 나를 분리시켜 바라보는 힘이 생깁니다. 감정과 나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것이 습관이 되면, 마음에 휩쓸린 선택이 아닌 정말 나의 의지를 가지고 채도 높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돼요.


 이러한 습관을 만들기 위한 훈련을 매트 밖 삶에서 하게 되면 넘어졌을 때 마음이 겪는 상처가 꽤 크지 않을까요? 그러니 우리는 비교적 안전한 매트 위에서 연습을 합시다. (신체적 고통은 매트 안이 더 크겠지만요.)

자, 그러면 오늘도 나마스떼!



• 혈압이 높거나 낮은 경우, 체력이 약하거나 호흡의 조절이 어려운 경우, 생리 중일 때는 강한 역자세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글/그림

버들 (그림@am.3.27 요가@305willow)

이야기를 그리고 요가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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