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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Apr 03. 2024

머무르며 만드는 흔적들

과정으로 빚은 열매



 두 팔로 내 몸을 들어 올리는 핸드스탠드를 꾸준히 연습 중이에요. 모양을 만드는 것에 집착하는 내가 무섭게 느껴진 후론 예전만큼 꾸준히 하진 않지만요. 그렇게 생긴 두려움이 계기가 되어서 요가를 왜 하는지 공들여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최종 자세는 내가 걸어가는 과정 중에 깜짝 선물처럼 만나야 내게 요가가 수련으로서의 의미가 될 텐데, 한동안은 만들고 싶은 자세에 집착하면서 도달해야 하는 목표로만 느껴졌어요. 자세를 만들지 못하면 나를 채찍질하고, 우연히 자세를 만들면 기쁜 마음이 올라왔어요. 그렇게 일희일비하며 이어나가던 요가가 가끔은 수련보다 보여지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요즘은 아사나로 향하는 걸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운이 좋아 올라가서 잠시 머물렀던 핸드 스탠드 자세는 기분이야 좋지만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은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거든요. 그것보단 완성된 자세로 가는 과정 중에 몸에 새겨진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 더 반가웠어요. 그 흔적은 엎드려 시옷자 형상을 만드는 견상 자세를 하면서 복부에서 만나요. 한 다리를 위로 뻗어내는 자세를 하며 골반과 다리 전체에서도 만나고요. 매트 위에서 하던 연습 시간만큼 쌓인 집중력으로 독서 시간이 5분 더 늘어났어요. 매일 매트를 까는 습관은 내 몸에 건강을 선물했죠.


 아사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열매로 새겨진 흔적들을 생각해요. 그 과정이 목적이 되어서도 안 되겠죠. 그저 생각이 자리 잡기 전에 잽싸게 매트 앞에 설뿐이에요. 요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적에 가장 어려운 자세라 여기던 머리서기를 완성했을 때 마음을 기억해요. 머리 서기를 완성한 후 한껏 들뜬 기분은 잠시였지요. 매트 위에서 쌓인 건강함을 모아 걸림 없이 평온하게 보낸 일상을 떠올려 봅니다. 과정이 내게 준 열매 같은 일상을요.



글/그림

버들 (그림@am.3.27 요가@305willow)

이야기를 그리고 요가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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