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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일지> 무리하지 않는 삶

by 김잼

요즘 하루에 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가 욕심을 내려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프리랜서이기에 일이 있을 때는 바짝 해야 된다. 늘 일을 줄여야지 줄여야지 말만 했었는데 사람은 잃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최근 턱이 찌릿 한 증상은 나았지만 그 대신 머리 쪽이 욱신거리고 찌릿했다. 증상은 길어야 이삼일 정도였지만 건강이 최고구나를 또다시 느꼈다. 건강을 잃으면 돈이고 명성이고 다 필요 없다.

다시는 볼 일 없는 줄 알았던 의사 선생님을 또다시 뵈러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왼쪽 목과 어깨가 많이 뭉쳐 있다고 하셨다. 이유를 찾아보니 하루 종일 앉아서 작업을 하는 탓에 많이 무리가 됐을 거라고 추측하셨다.

나는 의자도 바꾸고 아이패드 거치대도 새로 사고 목과 어깨 마사지기도 사고 근무시간도 파격적으로 줄였다. 오전에 1시간 근무하고 점심 먹고 산책하고 3시간 정도 근무 하고 저녁 먹고 산책하고 퇴근한다. 이런 삶을 사니 마치 내가 은퇴한 사람이나 요양하는 사람 같다. 그런데 너무 행복하다. 근무 시간을 줄여서 이렇게 행복하다니. 역시 마음의 여유는 시간의 여유에서 나오나 보다. 지금 당장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들을 덜 한다 해도 건강이 최고다. 건강이 1등이다. 나는 브레이크를 서서히 걸며 빨리 가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다. 천천히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하루 알차게 행복하면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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