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하였으나 점점 미약해지더라도 칭찬해 주세요.
내가 아이를 만나기 전에
원장님께서 부모님과 아이를 먼저 상담하신다.
만나자마자 레벨테스트 시험지를 내밀고
부모님 앞에서 이런저런 점이 부족하다며 겁을 주는 대신,
공부는 어렵고, 부모님 잔소리는 무겁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쉽지가 않은
자신들의 마음을 원장님이 헤아려 주시면
아이들은 위로를 받는다.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억지로 등원시키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잘해보고 싶다며 먼저 연락을 해오는 아이들도 많다.
공부를 했던 경험이 없는 아이일수록
'그동안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금방 잘할 거야!'
부푼 꿈을 안고 의욕적으로 첫 등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 3일, 생전 해보지도 않은 공부를 전교 1등처럼 한다.
이때, 내가
"어머님, 안녕하세요? OO와 처음 만난 매니저입니다."
전화를 드리면
"아, 안녕하세요? 우리 OO이가 학원 가는 게 재미있다고 그러네요."
부모님께서도 한껏 기대 섞인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예. OO이가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참, 기특해요.
그런데 어머님,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하며 재미도 느껴질 테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예의 차리느라 집중도 될 텐데
점점 쉽지가 않을 거예요.
저도 이제 처음 만나서, 아이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잘 모르겠어요.
2주 정도 함께하며 관찰하고, 어머님 뵙고 이야기 나누며 도움 부탁드릴게요."
어떤 아이들은 거짓말처럼
처음 하는 공부에서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성취감을 맛본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기본적인 단어를 모르니 공부 내용이 재미없어서 고통스럽고
외우고 또 외워도 장기기억으로 안 넘어가는 영어 단어 때문에 고통스럽고
나는 중학생인데, 초등과정 연산이 발목을 잡아서 고통스럽다.
부모님을 만난 나는 말씀드린다.
“어머님, 공부가 원래 만만하고 호락호락한 게 아니잖아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널려 있는 세상에서
공부를 한다는 게 저희 때보다도 더 힘든 것 같아요.
OO이도 처음 며칠 동안은 여기서 몇 년 동안 공부한 친구들처럼 지냈는데
요즘은 여기 와서 한 시간씩 잠도 자고, 하기 싫어서 꾀도 부려요.
힘들고 재미도 없을 텐데, 오기 싫다는 말 안 하고 꼬박꼬박 등원하는 걸 칭찬해 주세요.
OO이는 어휘력이 많이 부족하고 초등과정 연산도 힘들어하기 때문에
지금 노력하는 걸 성적으로 보답받으려면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러니 아이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더라도
지금처럼 애쓰는 과정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면서,
우리들이 버팀목이 돼 줘야 해요.
저는 아이랑 매일 만나 공부하면서 미세한 변화나 성장을 확인할 텐데..
오히려 어머님께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도 어머님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긴 할 텐데요,
OO이가 학원 가기 싫다거나 저희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저희에게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씀드릴 거고요,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서 하는 이야기라면 구체적인 상황을 공유할게요.
또,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씀 들으시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되거나 조급한 마음이 올라오실 때도
함께 말씀 나눠주시면 서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나는 내가 아이들과 공부하는 방식만 전적으로 옳다고 고집할 생각이 없다.
다만,
어른들이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의 점수를 앞에 두고
“우리 애는 공부머리가 아닌가 봐요.”
하며 쉽게 단정 짓거나
아이가 눈을 위로 치켜뜨며 생각을 발전시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서
“우리 애는 공부가 적성이 아닌가 봐요.”
라는 말로 포기해 버리면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더
교실과 학습 상황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학습을 통해 기본습관, 인내심, 회복탄력성 등을 기르며
성장할 기회마저 놓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