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저도 아직은 모르겠어요."라고 말합니다.

by michaela

처음으로 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은

궁금한 것도 많고, 걱정도 많다.

입시와 관련된 용어들은 따로 학습이 필요할 만큼 낯설고

아이들이 대학을 진학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너무나 다양한데,

언론은 상위권 아이들에게 중요한 몇 가지 요소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어렵고 혼란스럽고 걱정스러운 게 당연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시 비중이 높아진다는데, 국영수 과외를 받아야 할까요?"

"생기부 기록이 간소해진다는데, 학생부 관리는 어떻게 해요?"

"H가 수능 안 보고, 수시로 갔으면 좋겠는데 어떨까요?"

라고 질문하시는 부모님께


"저도 H에게 적합한 전형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라고 답한다.

그리고 말씀드린다.




어머님, 여기서 서울대에 진학한 아이도 있고

소위 말하는 '인서울' 한 아이도 있는데,

원장님께서 상담하실 때 그 친구들 이야기 안 하시고 H에 관한 이야기만 하셨죠?


저만 해도 작년에는

3년 동안 같이 공부했던 고3 아이들 4명이

모두 다른 입시전형으로 대학을 갔어요.


A는 자기소개서 쓰고, 면접도 보고, 생기부까지 반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을 했고요..

B는 2학년 중반까지 공부에 몰입하며 폭풍성장을 했는데 장기화되는 코로나 속에서 생활습관이 무너지는 바람에,

3학년 때는 거의 공부를 손에서 놓고 괴로워하다가 결국 내신성적만 반영하는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대학을 갔어요.


영어가 많이 부족하고 수학을 잘하는 C는 집중력이 좋았어요.

학교 내신성적이 아이의 역량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서, 교과논술전형을 준비해 상경계열로 진학했고요..

D는 수능점수를 100% 반영하는 정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어요.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이 뚜렷한 D는

수학을 소름끼치게 싫어하고 게으른 면이 있지만 꾸준함이 강점인 아이였어요.

수시에서 모두 떨어지고 당황했는데, 수능 끝날 때까지 공부한 덕을 봤어요.


어떤 아이가 어떻게 공부를 하면 서울대에 가는 지도 알겠고,

아이와 소통하며 적합한 입시전형을 선택하는 방법도 알겠고,

입시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쌓으며 계속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 H에게 어떤 게 최선일 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일단 H에게 학교생활 성실하게 하면서,

시기마다 주어지는 과업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자고 할 거예요.

수업 시간에는 귀를 쫑긋 세우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치르며 고생도 해 보고, 모의고사는 성적에 안 들어가도 최선을 다하고, 동아리 활동도 재미있게 참여하자고 할 거예요.


내신시험과 수능시험은 다른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몇몇 아이들의 경우 두 시험의 성적 차이가 큰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내신시험을 준비하면서 기른 습관과 역량을

장기적으로 수능을 대비하는 데도 연결지어요.


안그래도 겨울방학 때 고등학교 생활이나 입시전형에 대한 상담을 했었는데,

H는 거의 잊어버렸을 거예요.

대다수 친구들이 미리 설명을 해 줘도, 자신들이 경험을 하면서

‘아, 매니저님이 전에 말했던 게 이거였구나..’해요.


저는 H가 못 알아들어도 필요한 이야기들은 미리 할 거고요,

주변에서 친구들이 대학에 대해 불쑥불쑥 하는 얘기가 궁금하면 저에게 물어보라고 할 거예요.

H가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자료를 펼쳐놓고 같이 확인할 거예요.


여기 다니는 친구들은 자신과 관련된 자료를 두고 이야기해요.

아쉬운 성적표를 펼쳐 놓고 눈물도 많이 쏟고, 학교 교육과정표 보면서 선택과목을 정해요.

본인의 생활기록부를 앞에 두고 반복적으로 이야기 나누며 자신에게 적합한 입시전형이나 학과를 탐색해요.

아이들이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이 커요.

저는 이렇게 아이가 주인이 되어서, 입시를 치르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게 성공한 입시가 아닐까 생각해요.


H와 진행하는 과정들을 어머님과 공유하고 종종 도움도 부탁드릴 텐데요..

어머님께서도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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