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마음이 끓어오를 때는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책을 읽어보세요.
통영에는 ‘봄날의 책방’이라는 작은 서점이 있다.
이 책방에서는 ‘책바다 봄’이라는 1년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신청한 사람은 두 달에 한 번씩 책 꾸러미를 받는다.
이런 상품이 있는 줄도 몰랐던 나는
‘늘 고마운 언니에게 새해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라며 후배가 신청을 해 줘서 2021년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3월 말.
처음 받은 꾸러미에는 남해의 벚꽃 소식으로 시작하는 편지,
통영 다찌집에 가면 나오는 마른 건어물,
<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월할 지도>라는 책이 들어 있었다.
작가가 20년간 세 아이를 키우며 보낸 일상의 기록이 실린 책이었다.
200권이나 되는 저자의 일기장에서 추린 글에는
공부보다 먹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큰 아들
개학 전날 이주일 치 일기를 쓰는 작은 아들
개성이 강해서 다소 엉뚱해 보이는 막내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낼 화를 맥주 한 잔으로 삭이며 믿음을 잃지 않는 엄마
일과 삶에 지친 피로한 마음을 순수한 동심을 통해 위로받는 엄마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4월.
학습 매니저로 일하면서 첫 시험을 앞두고 조급한 마음이 생기는 시기였다.
책상에 엎어져 자는 아이들을 보며 부글부글 마음이 끓어오를 때,
차갑고 날카로운 말을 하는 대신 이 책을 읽으며 나를 다독였다.
늘어지는 아이들에게 기운을 내자며 유난히 오버를 하고 퇴근한 밤,
마른 건어물에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책을 펼쳤다.
선물로 받지 않았다면, 내가 사지는 않았을 책이다.
멋들어진 문장 하나에 온 우주를 담아낸 듯한 세계 명작이라야 높게 평가하던 나였다.
읽지도 않은 유명 철학자들의 책을 책장에서 바라보며 괜히 뿌듯해하던 나였다.
그런데
작년 4월, 일상에 지친 나를 구원한 건
세계 명작도, 베스트셀러도, 유명 철학자의 책도 아닌
<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였다.
다른 사람들이 정한 기준이나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면
더욱 많은 것들과 사람들로부터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동심이, 책이, 고마운 마음을 담은 따뜻한 선물이 우리를 구원할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힘든 시기를 맞이할 때, 우리를 구원할 많은 것들이 떠올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