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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a Oct 21. 2022

마법 같은 손길의 비결은 스파이럴 기법

Lesson 3


스승님께 문자를 보냈다.

 - 이모가 레슨 받고 정말 좋아했어요.

   저도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고요.

   꾸준히 꽃을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괜찮으실까요?

   제가 본업이 있어서 일요일밖에 시간이 안 될 것 같은데..

 - 저는 일, 월요일이 휴무라서 괜찮아요.


 - 커리큘럼이라고 해야 하나? 수업은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 감각으로 익혀야 하는 거라서, 레슨 사이의 간격을 너무 넓게 잡으면 뭔가 익숙해지려다 잊어버리는 것을 반복해요. 그래서 공식 레슨은 보통 1주일에 한 번씩, 8주 연속으로 진행해요. 일단 2~3개월 동안 8회 수업을 들어보세요. 최소한 처음 3번의 수업은 연속으로 진행하고, 이후에는 상황과 일정을 고려해서 한두 주 정도 조정해도 괜찮아요.

   

 - 언니는 개인 레슨을 받는 거니까, 수업을 해보고 수준과 특성을 고려해서 그에 적합한 커리큘럼으로 진행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좋아요. 스승님이 시작 날짜를 정해주면 제가 일정을 맞출게요.

 

햇살이 좋은 5월,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노랑, 주황, 분홍색 꽃들이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꽃과 함께하면, 각 계절의 매력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어요. 봄에는 작약도 쓸 수 있고..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들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어요. 오늘은 분홍색 작약, 주황색 달리아, 노란색 모카라, 코랄색 부부젤라장미를 준비해 봤어요. 홀로 있어도 돋보이는 친구들을 모아서 ‘봄이구나!!’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달리아가 눈에 띄어요. 원래 알던 꽃인데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어요. 예쁘고 또랑또랑한 아이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며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서 그렇게 느껴지나 봐요. 다알리는 줄기 속이 비어있는데, 밟으면 ‘아사삭’ 소리가 나요. 여기 있는 미니장미, 이베리스, 조팝나무, 투베로사가 풍성함을 더해줄 거고요.. 소재로는 귀리, 페니쿰, 피토스포륨을 준비했으니 멋스럽게 연출해 봐요. 그리고 오늘은 바구니 꽂기 전에 스파이럴 연습을 할 거예요.”


“스승님이 만든 화병을 선물로 받고 관심이 생겨서 꽃꽂이 기본지식에 대한 책을 샀어요. 그런데 책으로 봐서는 스파이럴이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요즘 사람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유튜브 같은 영상을 먼저 찾는데, 책을 먼저 읽었다는 게 색달라요. 특히, 꽃은 직접 해보면서 몸으로 익히는 게 중요한 분야라 동영상을 먼저 찾을 것 같거든요.”

“생각도 안 해봤는데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런데, 영상으로 습득하는 것과 책으로 습득하는 건 뭐랄까.. 호흡이 다르달까?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물건 작동하는 방법처럼 급하게 절차적 지식을 확인하고 싶을 때는 영상을 보는데요.. 곰곰이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궁리하고 싶은 주제는 책을 찾게 돼요.”


“우리 언니랑 미카엘라 언니를 보면, 저는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깊이 고민할 때가 있어요. 그게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봐요.”

“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이 무지 많기는 해요.”


“스파이럴 기법은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해요. 꽃다발 포장할 때, 꽃을 마구잡이로 쥐어주지 않잖아요? 다발이 전체적으로 돔 형태를 이루면서 꽃들이 보기 좋게 자리를 잡으려면, 꽃의 줄기들을 나선형으로 돌려 잡아야 해요. 이때, 방향은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상관없지만 한쪽 방향으로 통일해야 돼요. 언니가 편한 방향으로 하면 되는데, 처음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잡는 방향으로 연습을 하면 좋겠어요. 저도 그렇고 많은 플로리스트들이 줄기의 위를 왼쪽으로, 아래를 오른쪽으로 해서 반시계방향으로 돌려 잡아요.”


“아하! 지난번에 동네 꽃집에서 3만 원어치 꽃을 샀어요. 사장님께 예쁘게 포장 안 해도 된다고, 집에 가서 그냥 화병에 꽂을 거라고 했거든요? 근데, 꽃을 냉장고에서 툭툭 뽑아 손에 쥐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꽃 하나하나도 예뻤는데, 냉장고 물통에 있는 꽃들이 모여서 그렇게 다발이 만들어질 거라곤 상상을 못 했어요. 무슨 마법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게 스파이럴의 힘이었네요.”


“스파이럴 기법으로 만든 꽃다발은 잘 흐트러지지도 않아요. 언니가 집에 가져가서 화병에 꽂을 때도 모양이 그대로 유지됐을 거예요. 잘 만들어진 꽃다발은 줄기를 잘라서 세우면 그대로 서기도 해요.”

“맞아요. 받은 그대로 화병에 꽂았어요.”

“그리고 스파이럴 기법으로 만든 꽃다발은 수정도 가능해요. 언니가 바로 해보려면 감이 안 올 것 같으니까 제가 먼저 시범을 보일게요.”

넋을 놓고 보는 사이, 금세 예쁜 꽃다발이 만들어졌다.

“시작해 보세요.”


손에 잔뜩 힘을 쥐고 끙끙거리는 나를 보며 스승님이 말했다.

“처음부터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고정해서 잡으려고 하면 더 어려워요. 엄지와 검지로 쥐는 부분, 나중에 줄기 묶는 지점을 바인딩포인트라고 하거든요? 바인딩포인트는 고정하되 약간 느슨하게 잡아 봐요. 방향이 엉키지 않도록 꽃을 하나씩 더하면 점점 유동성이 덜해질 거예요. 그런데 말처럼 쉽지는 않죠?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예..”


스승님은 힘을 빼보라고 했지만, 그게 힘을 주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꽃들을 어찌나 꼭 붙들고 있었던지.. 봉오리였던 녀석들이 뜨끈뜨끈한 내 손에서 그새 꽃을 피웠다.

“언니는 꽃들의 얼굴이 밀집되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게 보여요. 중간에 소재들도 같이 넣어주려 하고요.”

“그래요. 이렇게 저렇게 하고 싶은데, 정신도 없고.. 내가 원하는 대로 잡을 수가 없네요. 일단 오늘은 스파이럴 기법으로 여기 있는 꽃들을 잡아보는 게 목표예요.”

“맞아요. 방향 엉키지 않게, 스파이럴 완성하는 데 집중해요.”

 

첫 연습을 한 후, 꽃들의 가지를 잘라서 물통에 넣었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두 번째 연습을 했다. 확실히 처음에 만든 것보다 나중에 만든 다발이 더 자연스러웠다. 스승님이 디테일한 부분을 수정해 줬다. 꽃다발을 안고 뿌듯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빠가 맹자왈 공자왈 할 때마다 고루하다며 타박했는데.. 레슨을 받고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견불여일각(百見不如一覺), 백각불여일행(百覺不如一行)’ 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며, 백 번 보는 것이 한 번 깨닫는 것보다 못하고, 백 번 깨닫는 것이 한 번 행하는 것만 못하다.’ 더니 책을 봤을 때는 이해도 안 되던 게 스승님의 도움을 받아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아하! 이런 거였구나.’ 싶었다.


꽃을 배우면서 생각만 많은 사람 말고, 행동까지 하는 사람이 되어 보자는 야무진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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