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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Jan 24. 2017

언약처럼 만난 룸비니

인도를 떠나 Nepal로

"신(神)은 숨겨진 것을 보고 고뇌를 알고, 눈물을 헤아리고, 그 어떤 것도 잊지 않는다."


어떤 소설인지 기억나질 않는다.

이슬 축축한 룸비니의 아침 땅을 밟는 내 안에서 문장 하나가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파닥거린다.

붓다 탄생 이전부터의 이름, '아름다운 정원' 의미의 룸비니
이곳의 사리를 여러 나라에 조금씩 분배. 사리탑
마야 사당 안의 석가 탄생지

언약처럼 룸비니를 만났다. 차오르던 감격으로 영혼이 얼럴럴했다. 



갠지스강의 바라나시에서 밤을 새우고 일행 4명을 태운 미니 투어카가 12시간을 달려 인도와 네팔 국경에 도착했다.

네팔인 Hari Dahal이 겸연쩍은 듯 더듬거렸다.

인도와 네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1인당 나라마다 1달러씩 주면 금방 국경을 넘을 수 있고, 그러하지 않으면 2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우리들은 Hari Dahal의 제안에 동의했고, 빠르게 국경을 넘었다. 


나마스떼 인디아!

고락퍼(Gorakhpur)의 번잡한 도로에서 자동차를 가로막는 동네 청년 4명이 있었다.

'주가 다른 자동차 번호판이니 지방세를 내라. 지역 발전을 위해 쓴다.' 라며 고지서 같은 분홍색 종이를 흔들어 보였다.

순순히 응하지 않자 자동차를 도로변으로 이끌었다. 우리 돈 960원 정도의 루피를 뜯어낸 후에야 청년들은 니글거리는 웃음을 띠고 손을 흔들었다.


일반 도로는 차선은커녕 중앙선 구분조차 거의 없고, 신호등도 없고, 자동차와 오토 릭샤와 자전거 릭샤와 말 달구지와 오토바이가 뒤섞여 끊임없이 삑삑거리며 방향 전환을 하고 추월을 했다. 곡예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어쩌다 경찰이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 교통정리를 하고, 어머니라고 불리는 수소가 도로에서 쓰레기 속의 음식을 찾고, 천 년을 묵은 듯한 먼지를 뒤집어쓴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밀밭을 보호하느라 도로변 나무를 자르던 이들이 방향을 잘못 짐작하여 굵은 나뭇가지가 도로 위에 쓰러졌다.

톱과 도끼를 이용하여 가지가지마다 잘라내며 길을 치우느라 40분을 자동차 안에 갇혀 있었다. 금세 뒤엉킨 도로는 12억 인구의 나라를 실감케 했다.


도인들은 여유롭게 웃었고 우리들은 시간을 계산했다.

하늘은 하루도 빠짐없이 희뿌옇고 먼지 속에서 맑고 깊은 눈을 가진 아리안족들은 참으로 착하고 느긋했다.

사오백 년 전 무굴제국의 장엄한 궁전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 타지마할을, 천 년 전 사원의 종교성과 에로틱한 중세 인도 예술성의 합성을 체험하고 나면, 그 모든 무질서와  비위생적인 풍경들이 순간에 상쇄된다.

그러나 결국 집약되는 감상은 '아! 인디아!'라는 한탄인지 감탄인지 애매한 무엇이었건만, 남편은 '핵을 가진 나라야.' 그 한 마디로 일축했다.

바라나시에서 어쩌다 만나는 신호등
대나무 막대기 잡은 경찰

북인도의 아침과 밤은 겨울 파커를 입고 다녀도 몸살 직전처럼 삭신이 편안치 못했고, 한낮은 더운 체질의 사람에겐 반팔 티셔츠가 제격인 날씨였다.

남인도 뭄바이 여름의 45°C 에 비하면 겨울 여행에 감사할 일이나, 북인도의 겨울도 심한 일교차가 몸을 괴롭혔다. 더욱이, 인도의 음식 향과는 도저히 화합할 수 없는 식성 탓에 떡 먼지의 땅 이국에서 며칠을 몹시 앓았다.

청각, 후각, 미각들이 육신을 방어하느라 각을 세웠다.



나마스떼! 인디아. 후련했다.

오이와 토마토 몇 조각만으로 며칠 동안 연명 수준이던 고생 끝에 국경을 넘었다.


룸비니의 이른 아침 이슬을 밟고 있었다.


인도 녹야원에서 바짝 따라다니던 소년에게서 구입했던 노란 카다를 풀어 룸비니 순례객들의 흔적에 나의 흔적을 보태어 묶었다.  진리ᆞ영원성에 울컥함으로 합장했다.

달라이 라마를 따라 티베트를 떠나온 난민들이 경전을 적어 만방에 뜻을 전하려는 룽타가 아침 빛을 받아 선명하게 나풀거렸다.

붓다의 깨달음, 보리수 아래 예불 중인 라마 불교 티베트 스님들의 뜻은 더 선명했다.

언약처럼 룸비니를 만났다.

Nepal은 그 하나만으로도 차오르는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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