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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붙박이별 Jan 19. 2024

부러우면 지는 거다? 부러우면 인정하기

의지력을 불태우는 것은 그만하기로 했다. 나는 현재를 살아갈 것이다. 

# 나는 프로 부럼러 


 동생은 나를 프로 부럼러라고 부른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너무 부러워한다고 붙여준 별명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예전부터 타인을 부러워했다. 내가 부러움을 느끼는 단계는 3단계다. 


 1단계 : 부러움의 대상을 포착하는 단계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에겐 없는데 상대는 가지고 있는 부러움의 대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이에 따라 이 대상은 변해왔다. 10대에는 공부는 안 하는 것 같은데 시험만 보면 1등 하는 친구, 20대에는 아르바이트 안 해도 용돈 척척 받는 부잣집 친구, 30대에는 자기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는 능력 있는 친구, 40대에는 돈 잘 버는 남편에 공부 잘하는 자식을 둔 친구. 부럽지만 입 밖으로 '너는 좋겠다'따위의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부러우면 지는 거니까 마지막 자존심을 사수하기 위해서다.



 2단계 : 부러움이 증폭되는 단계

 즐거운 만남을 뒤로하고 집에 들어오면 현실로 돌아온다. 홀로 남은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상상이 더해진 부러움의 대상은 손을 뻗기 어려울 만큼 커져있다. 예를 들어 공부 잘하는 친구의 초등학교 아들은 의대를 가서 훌륭한 의사가 된다거나 대기업 차장인 친구의 남편은 승승장구해서 대기업 임원이 된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 단계가 심리적으로 가장 힘든 단계다. 왜냐하면 현실의 나와 비교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상상 속 부러움의 대상은 이미 몸을 부풀릴대로 부풀렸으니 현실의 초라한 나는 체급에서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3단계 :  투철한 의지로 부러움의 대상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

 '의지'는 간절함 혹은 필요라는 착화제로 발화되어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내 의지력을 불타오르게 하는 착화제는 부러움이었다. 시작은 어찌 되었든 그간 이룬 성과가 괜찮았으니 부러움은 열정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의지만 있다면 세상에 못 할 일은 없다'는 생각은 오랜 시간 신념처럼 나를 지배해 왔다. 적어도 30대 중반이 되기 전까진. 

  



# 의지력의 상실 


 앞만 보고 달리던 나에게 30대 중반에 처음으로 휴식이 찾아왔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1년간의 육아휴직이 시작되었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아이엄마들과 함께 브런치 타임을 갖는 것은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있던 브런치 타임에는 암묵적 룰이 있었다. 내 삶의 민낯을 조금 내어주고 타인의 삶을 염탐하는 것. 

 누군가는 타인의 불행을 발판 삼아 '나는 저 사람보다는 행복하잖아'하고 위안을 받기도 했으며 누군가는 타인의 행복을 부러움이 아니라 질투라는 이름으로 변질시켰다. 

 그리고 나의 부러움도 서서히 질투라는 이름으로 변질되어 갔다. 질투는 결코 의지력의 착화제가 될 수 없었다. 난 결국 그 모임에서 나왔지만 더 이상 의지력은 타오르지 않았다. 



# 의지력은 한정되어 있다


  게리 켈러는 'THE ONE THING'이란 책에서 인간의 의지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의지력과 싸워서는 안 되며 의지력이 높을 때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지력은 휴대폰 배터리와 같다. 방전되기 전에 충분한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의지력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사용되었다. 의지력은 화수분처럼 샘솟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 부러우면 그냥 부럽다고 인정하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장밋빛 미래를 위해 의지력을 영끌하여 달린다.(그 사람이 바로 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다가 죽을 것 같은 순간이 되어서야 뒤에 두고 온 과거를 그리워한다. 그리움은 힘이 없다. 그러니 다시 달릴 원동력이 될 수 없다. 그 사람은 미래도, 현재도 살지 못했다.

 이제 나는 부러움을 원동력으로 의지를 불태우는 일 따위 그만하려고 한다. 부러우면 그냥 부럽다고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현재를 살아갈 것이다.


너 정말 좋겠다. 축하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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