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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Jan 31. 2024

누구나 가슴에 작은 불하나쯤 가지고 산다.

그래도 잘 살아갈 수 있다.

누구나 가슴속 깊은 곳에 남들에게 쉬이 잘 털어놓지 못하는 작은 멍울, 작은 상자 같은 것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애인, 가난, 치부 등등 여러 가지 일과 대상이 꼬깃꼬깃 잘 접어 상자 속에 담아두고 그걸 가슴에 품고 산다. 나이 40이 넘어서 열고 싶지 않은 상자 하나를 가지고 살지 않은 사람은 참 편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해도 좋다. 


하지만 그런 상자가 하나 있다고 해도 우리가 이 삶을 잘 살아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것만 쳐다보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지만, 그냥 가슴속 깊은 곳에 처박아 두고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또 살아가지는 게 인생이라고 할머님들께서 말씀하셨던 거 같다. 그러니, 한쪽 눈으로 그 상자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이미 내게 주어진 다른 멋진 것들에 감사해하며 나아가야 한다. 


남편의 기상시간이 늦어진다. 밤새 아파서 잠이 늦게 들어 기상시간이 늦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나도 어제는 참 잠이 오지 않았다. 남편의 방에서 들려오는 그의 신음소리를 들어서 그런가? 마음이 참 많이 아팠다. 그런데, 그런 작은 불 하나쯤은 가슴속에 넘어두고도 오늘을 잘 살 수 있었다. 회사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씩씩하게 말이다. 


브런치에 올라온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박노해 시인의 글을 보면서도 용기와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 점심시간에는 회사 근처에서 산책도 했다. 참 감사한 하루다. 박노해 시인의 글귀를 보며,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적어도 내 아이에겐 엄마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대체로^^ 다정했으며 자기 인생을 즐겁게 사는 거 같았다는 기억으로 남고 싶다는 바램이 생긴다.


"누구나 자신이 뜻하지 않은

운명이 정한 길을 겪는다.

그때 그 사람이 드러난다."

- 박노해 걷는 독서-


인생은 오직 나아간 다음에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다고 아주 유명한 철학자가 말하지 않던가 그러니, 지금은 나아간다.


낮에 전화 온 남편에게 말했다. 그냥 루틴대로 가는 거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원래 정해놓은 루틴을 따박 따박 지키면서 나아가는 거야라고 누나처럼 말했다. ㅎㅎ 우리는 운명의 끝을 알 순 없지만 오늘 하루만은 주어졌으니, 오늘 하루만은 그냥 그날의 충만함, 풍요함, 아름다움을 다 누리고 경험하자고 서로를 다독인다.


그러고 보니, 가슴속에 작은 불이 하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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