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와 조화롭다.
11월인데 날씨가 완전 봄날씨다.
남쪽 나라여서 그런가? 어제 저녁은 봄바람인가요? 하는 마음이 들정도로 바람이 따뜻했다. 그래서, 아이 저녁을 챙겨 먹이고 흔한 남매를 틀어주고 난 조용히 밖으로 나와 산책을 했다. 요가는 가지 못했지만, 이 따뜻한 날씨에 반드시 산책은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집 밖을 나왔다. 너무 환상적인 산책이었다.
우리 동네 메타쉐콰이어 길 같은 산책로엔 이미 노란 단풍이 들었고, 하늘은 맑아서 까만 하늘에 별도 반짝였다. 그날의 온도, 습도, 공기 모든 게 완벽한 산책이었다. ㅋㅋ 열심히 산책을 하면서, 아무도 안 볼 때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내뱉었다. 누가 보면 혹시나 미쳤다고 할까 봐, 속으로 작게 속삭이듯 말이다. 산책로 또랑의 시냇물에게도, 나무들에게도, 별님들에게도, 그 따뜻한 바람에게도 다정하게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내 마음을 전달했다.
그래서인지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내 인생은 기적이다라는 확언과 함께 나의 아침 루틴을 시작했다. 가을이라 그런가 출근길에 나무랑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내가 이곳에 살고 있는 것이 참으로 축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 살고 있어, 약간은 불만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오늘은 너무 장점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들에게도, '이거 너무 아름답지 않아, 정말 우리가 여기 살고 있는 건 행운이야'라고 내 생각을 강요해 봤다.
어디에 살아야 행복할까?라는 질문에 이제는 조금 벗어났다. 예전에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불만이 너무 컸다. 그래서 그 어느 곳에서도 만족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어디에 살고 있느냐가 정말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곳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해서 문제였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나 상황이 '내가 정한 혹은 기대한 특정 조건/ 특정 모습'에 미치지 못해서, 이건 아냐? 뭔가 잘못되었어라고 스스로 생각한 거였다.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정한 기대치와 다르니, 내 인생은 망했다고 스스로 결론 내렸다. 결국엔 난 나와 조화롭지 못했다.
지금은 주어진 대로, 감사합니다라고 생각한다. 이 우주가 내게 주는 대로 선물이라 생각하고 모든 것에 놀라하고 신기해하기로 말이다. 어떤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날씨가 너무 따뜻하고 좋다. 그래서 행복하다. 주말에는 비가 온다고 하는데, 그것 또한 좋으리라, 그 날씨에 맞춰 또 다른 신묘한 일들이 아마 생길 것이다. 그 무엇이 되었건, 이 우주가 내어주는 그것에 감사해하고 만족해하는 삶을 살리라. 그렇다고 나에게 욕망이 없느냐 그건 아니다. 단지, 이제는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그리고 그 조건하에서 내가 좀 더 행복해지고, 내 삶에 좀 더 충만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고 있다.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내 하루하루가 더욱더 충만하고 보람되는 그런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 첫 단계는 나와 조화롭게 지내는 거다. 우주가 주신 환경과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조금씩 나는 나와 편안해지고 조화로워지고 있다.
무엇이 내게 오든, 그냥 감사합니다.
이런 평안이 퇴근 때까지는 지속되길 피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