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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8시간전

적당히 아껴가며 사는 삶

소진하지 않고 소소히 사는 삶

아들의 키는 엄마의 능력인가? 아이의 키가 걱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네 아빠 닮아 삐쩍 마른 아들을 위해 한의원에 갔다. 아들의 건강과 키는 왠지 엄마의 책임인 거 같아서 피곤하지만 장거리로 우리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난 청도의 한 한의원을 방문했다. 간 김에 나도 한약을 지어먹기로 맘을 먹었다. 진맥을 본 의사와의 면담 후 내가 소음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의원에 배치된 '간이 테스트'를 통해 남편도 소음인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소음인은 에너지 레벨이 체질적으로 낮다. 그래서, 쉽게 피로해지고 지친다."


아 그랬구나,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와 남편은 자기 체급도 모르고 쉼 없이 달려왔다. 주중에는 야근을 불사하고, 주말에는 시어머니를 본가에 데려다 드리고 모시고 오고, 장거리 운전을 몇 년간 해오며 일상에 '쉼'이 없이 살아왔다. 그리고, 남편은 나보다 더 체력이 좋지 않고 암을 앓았던지라 바로 재발을 하게 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마다 체질과 가진 능력치가 다 다름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거칠게 몰아가며 소진해 가는 삶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남편이 쓰러진 후 깨닫게 되었다. 적당한 수준에서 자기의 생리에 맞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가진 체력이 에너지 레벨이 낮은 우리 부부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었던 거다.


자신의 삶이 항상 남과 비교되는 경쟁사회에서 살다 보니, 그리고 누구나 무엇이나 될 수 있다는 성공 신화에 빠져 살다 보니 내 체급과 한계를 알지 못하고 허겁지겁 쫓아가는 삶을 살게 된 듯하다.


지금부터라도 나를 아껴가며 살아가기로 했다.

골골 80이라는 말처럼 그냥저냥 밍밍한 숭늉처럼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숭늉이 소음인에게 좋은 음식이란다)  물론, 마라탕 같이 화끈한 한방은 없어도, 내 몸을 아껴가며 쉬엄쉬엄 여여하게 80까지는 사는 게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인 듯 하다.


소박한 밥 한 그릇에 감사하고, 여기저기 몸 쑤시고 아프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살아있을 수 있음에, 소소한 일상의 재미를 누릴 수 있음에, 선풍기 바람 아래 복숭아 한 조각 먹으며, 마음 편히 침대에 누워 책 한 페이지 읽을 수 있음에 그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나를 일회용품처럼 다루지 않고, 나를 소진시키지 않고, 아끼고 보담을 수 있는 그런 삶을 나는 추구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아들에게도 꼭 일러주겠다.


"언제나 너를 아끼고 사랑해라, 그게 성공하는 삶이다."



자네가 금하고 조심할 것은 너무 즐겁거나 기뻐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기뻐할 만한 것은 마음에 품고 하고자 하는 일이다. 이때 순리대로 풀어 나가면 그 일이 아름답지만, 순리를  얻지 못하면 그 일이 아름답지 못하다. 그러나 일을 순리로 하든 그렇지 않든 무리하거나 지나치면 병이 된다. 이는 모두 양기가 희심때문에 소모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세상일은 십중팔구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것이니 세상에 어느 것이 사람을 매일 기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은 매일 기뻐지려고 하기에 오히려 기쁨을 얻지 못하고 자연히 수심에 잠겨 즐겁지 아니하니 병이 된다. 그러므로 당장 일이 잘 성사될 것 같을 때 오히려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장이 상하지 않고 하던 일 또한 더 잘 성사되는 법이다. 


이제마가 소음인 최린에게 당부한 말  From 체질을 알고 체질대로 살아라 구환석 한의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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