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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아껴가며 사는 삶

내 체급에 맞는 삶 - 나를 소진하지 않는 것

by 따뜻한 불꽃 소예

자비는 거창한 게 아니다. 내 체급을 인정하고, 나를 소진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소음인으로 산다는 것 - 나를 아껴가며 사는 법

아들의 키는 엄마의 능력인가? 아이의 키가 걱정된 것은 아니지만, 아빠 닮아 삐쩍 마른 아들을 위해 청도의 한 한의원에 갔다. 우리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난 한의원이었기에, 나는 아들 한약을 지으면서 나도 한약 한 재를 짓기로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체질이 소음인임을 알게 되었다.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남편도 소음인이란 사실을 알았다.


"소음인은 에너지 레벨이 체질적으로 낮다. 그래서, 쉽게 피로해지고 지친다."


진맥을 본 의사가 말했다. '소음인은 체력과 에너지 레벨이 체질적으로 낮습니다. 쉽게 피로해지고, 지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지난 몇 년간의 내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남편과 나는 자기 체급도 모르고 쉼 없이 달려왔다. 주중에는 야근, 주말에는 장거리 운전. 남편은 체력도 안되는데 아프지 않은 척, 나는 나대로 지쳐가면서 괜찮은 척. 결국 남편은 쓰러졌고, 나는 지금도 그 무리한 삶의 휴유증을 앓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모르면, 무너진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가진 에너지 레벨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무시하고, 성공신화에 매달려 끝없이 달린다. 남편과 나는 남의 속도에 맞춰 나를 혹사시켰다. 그리고 남편의 암 재발을 통해 깨달았다. 그렇게 사는 건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골골80 - 나를 아끼며 사는 법

이제부터 나는 나를 소진시키지 않기로 결심했다. 마라탕 같은 화끈한 삶은 아니더라도, 밍밍한 슝늉 같은 삶을 삶을 택하기로 했다. 슝늉은 소음인에게 좋은 음식이라고 한다. 따뜻하고 은은하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이제는 내 체급에 맞는 속도로 살기로 했다. 주어진 하루를 소박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채워가기로 했다.


체급에 맞는 삶의 리듬

지금 이 순간,

선풍기 바람 아래 복숭아 한 조각을 먹으며 마음 편히 침대에 누워 책 한 페이지를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런 소소한 기쁨이 내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진짜 삶의 원천이 아닐까. 우리는 자꾸만 무엇이 더 필요할까, 어떻게 더 잘 살까를 고민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내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를 돌아보지 않는다. 나를 일회용품처럼 다루지 않고, 아끼고 보담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

아들에게도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언제나 너를 아끼고 사랑해라. 그게 진짜 성공하는 삶이란다."

내가 아들에게 그런 숭늉 같은 삶의 가치를 가르쳐줄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아들 앞에서 지쳐 있는 모습조차도 아이에게는 큰 배움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마가 소음인 최린에게 당부한 말

마지막으로 체질 공부를 하려고 산 구환석 한의사의 체질을 알고 체질대로 살아라에 나온

이제마의 말을 가슴에 새겨보다.

자네가 금하고 조심할 것은 너무 즐겁거나 기뻐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기뻐할 만한 것은 마음에 품고 하고자 하는 일이다.
이때 순리대로 풀어 나가면 그 일이 아름답지만,
순리를 얻지 못하면 그 일이 아름답지 못하다.
그러나 일을 순리로 하든 그렇지 않든
무리하거나 지나치면 병이 된다.
이는 모두 양기가 희심때문에 소모되는 것이다.

이제는 내 마음의 양기를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희심과 과도한 욕망을 덜어내기로 한다. 그리고 내 아이에게도 숭늉 같은 삶을 물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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