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잘 살아갈 수 있다.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남들에게 쉽게 꺼내지 못하는 작은 상자 하나쯤은 안고 산다.
그 상자엔 누군가에겐 부모님, 누군가에겐 사랑, 혹은 가난,아픔, 치부 같은 것들이 꼬깃꼬깃 접혀 담겨 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열고 싶지 않은 상자 하나 없이 살아온 사람이라면 참 복된 삶을 살았다고 해도 좋겠다.
하지만 그 상자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 삶을 잘 살아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저 그 상자만 바라보고 있으면 발이 묶이겠지만, 가슴 한구석엔 조용히 넣어두고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살아가다 보면 또 그렇게 인생은 흘러간다. 할머니들이 말씀하시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상자를 바라보느라 내 앞에 펼쳐진 다른 아름다움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어젯밤, 남편의 신음소리에 나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남편은 아파서 늦게 잠들었고, 아침 기상시간도 늦어졌다. 가슴속에 작은 불 하나가 켜진 듯 마음이 아렸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냈다.
회사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처럼 씩씩하게
점심시간엔 회사 근처를 산책했고, 브런치 작가들의 글과 박노해 시인의 글귀에서 조금씩 용기와 영감을 얻었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적어도 내 아이에게는 "우리 엄마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체로^^ 다정했고, 자기 인생을 즐겁게 살았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
누구나 자신이 뜻하지 않은
운명이 정한 길을 겪는다.
그때 그 사람이 드러난다.
---박노해, 걷는 독서
인생은 걸어가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냥 나아간다.
낮에 남편에게 말했다. "그냥 루틴대로 가는 거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따박따박 정해진 길을 가는 거야."
운명의 끝은 알 수 없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주어진 충만함과 아름다움을 다 누리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그러고 보니, 가슴속에 작은 불 하나쯤은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그 불 덕분에, 나는 오늘도 살아있음을 느끼며이 하루를 온전히 살아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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