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파도처럼, 그냥 오고 가게 두자.

유리함과 불리함, 이 분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by 따뜻한 불꽃 소예

인생은 본래 유리도 불리도 없다. 다만 파도처럼, 왔다가 사라질 뿐이다.


"현재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비판하지 않고, 판단하지 안혹, 그저 지켜보는 것.

그럴 때 우리는 과거를 해결하고 용해시킬 수 있습니다.

- 에그하르트 톨레,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나는 분명 현재를 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늘 과거의 후회미래의 불안 속에서 살고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프로젝트는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잠시 기대했던 이직의 기회도 멀어져 보였다.

이럴 때면 나는 습관처럼 생각한다. '이건 불리한 상황이야.' 그리고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래서 나는 점심시간,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세상만사를 유리하다, 불리하다로 재단하지 않기 위해서.

생각해 보면,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본래 중립적이다. 하지만 내가 의미를 부여하고, 분별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어왔다. 이제는 그 분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일어나는 일들을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회사 근처엔 다행히 바다가 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해변으로 향했다. 햇살에 반짝이는 파도와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니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씩 잔잔해졌다. 파도를 보며 깨달았다. '그래, 내 인생에 일어나는 일들도 이 파도와 같구나.' 밀물과 썰물처럼,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것. 굳이 유불리를 따지며 애쓸 필요가 없었다.


나는 맨발로 해변을 걷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밀려오는 그 자리에서,근야 내 몸을 파도에 맡겨봤다.

파도가 발을 적시기도 하고,모래가 스르르 빠져나가기도 했지만 내 마음은 평온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이번엔 파도의 리듬에 맞춰 호흡을 해봤다.

밀물에는 숨을 들이쉬고, 썰물에는 크게 내쉬었다. 몇 번을 반복하니, 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고요해졌다. 잠시나마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했다.


오늘 나는 흐르는 대로 흘려보내고, 내맡기는 연습을 했다. 일상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매 순간을 유리하다 불리하다 재지 말고, 그냥 지켜보자.

그러면 오늘처럼 다시 마음속에 평온이 찾아올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세상의 기적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감사합니다.




#현존, #흘려보내기, #바다에서배우다, #브런치에세이, #감사하는삶, #마음의평온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