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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Oct 31. 2023

유리함과 불리함

이 분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현재에 일어나는 자신의 행동, 반응, 기분, 사고, 감정, 두려움, 욕망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과거는 우리 안에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비판하지 않고, 분석하지 않고, 아무 판단도 하지 않고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현존할 수 있다면, 현존의 힘을 통해 과거를 해결하고 용해시키게 될 것입니다.

-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그하르트 톨레-


현재를 살아간다고 하지만 때론 과거와 미래 속에 살고 있다. 내가 현재 마주치는 모든 상황들을 유리하다 불리하다의 관점에서 재단하고 있기에 끊임없는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런 경험을 오늘도 하고 있다.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고, 잠시 '이직을 할 수 있으려나'하고 헛된 기대를 했었는데, 그 일마저 진척이 없어 보인다. 내 인생의 어느 국면 쉬운 일이 없어 보이는 오늘, 나는 짬을 내서 밖으로 나갔다. 세상만사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유리하다 불리하다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하려고 책도 읽지 않던가? 내게 발생하는 모든 일들은 중립적이다. 하지만, 내가 이 사건은 유리하다, 혹은 저 사람은 나와 적대적이므로 불리하다고 분별하여 쳐다보면 인생 자체를 스스로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나의 모습에서 벗어나, 그냥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흐르는 대로 놔주려고 한다.


다행히 회사 근처에 꽤 괜찮은 산책로도 있고, 좀 더 나가면 해변이 있다. 그래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머리를 식힐 공간이 내게 주어졌다. 나의 좁은 시각을 조금이라도 넓혀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세상사 모두 유/불리로 바라보게 되면 시야가 좁아진다. 그리고 좁아진 시야로는 그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때론 사회생활에서 그 유/불리로 인간관계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나 또한 내게 일어나는 혹은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그런 식으로 분별하다 보니, 피로감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살지 않으리(분별하지 않으려 함)하는 장대한 다짐을 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밖으로 나갔다.


햇빛이 반사된 반짝반짝한 파도와 모래사장을 쳐다보니, 내 마음에 고요가 들어왔다. 그리고 조용한 파도소리를 들으니, 그냥 내게 일어나는 일을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밀물과 썰물처럼, 자연스럽게 바닷물이 이리 오고 또 저리 가는 모습처럼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냥 오고 가는 파도와 다르지 않구나.

따뜻한 햇살 아래, 맨발로 해변을 걷기도 하고, 바닷물이 들어오는 그 지점에 서서 그냥 내 몸을 맡겨봤다. 파도가 밀려와 내 발을 적실 수도 있고, 아차 하면 내 바지까지 파도에 젖을 수 있지만, 나는 그냥 내 몸을 그 바다, 파도에 내맡겨봤다. 밀려오는 바닷물에 내 발이 젖기도 하고, 발 밑의 모래만 빠져갈 때도 있다. 그 어떤 상황이라도 내 몸은 너무 평온했고, 바닷물은 따뜻했다. 그리고 그 위로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은 신이 주신 축복과도 같았다.  이번엔 그 파도의 리듬에 맞춰 호흡연습도 같이 해봤다. 밀물에는 숨을 마시고, 썰물에는 크게 숨을 내 쉬어본다. 내 몸에, 내 영혼에 신선한 공기가 들어온다. 몇 번 더 해보니, 아까보다 더 평온한 고요가 찾아왔다. 잠시나마 현존한 거 같다.


나는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그냥 흐르는 대로 흘려보내고, 내맡겨보는 연습을 한 것이다. 그러니 일상에서도 모든 상황을 유리하다 불리하다라는 식의 수판은 내려놓고 가만가만 지켜보자. 그러면 오늘처럼 분명 마음에 다시 평온이 찾아 올 것이다.


오늘 또 세상의 기적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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