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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 가까워지는 중

삶의 목적은 결국 사랑이었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고통 끝에, 나는 삶의 목적이 사랑이라는 단순한 진실을 마주했다.


남편이 아프고 나서 나는 그와 대화하는 게 두려워졌다. 하루하루 버거운 일상 속에서

그의 고통을 듣는 것도, 그의 우울을 마주하는 것도 피하고만 싶었다. 주말마다 아이의 과외활동을 핑계로

더 바쁘게 움직였다. 어쩌면 도망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남편과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9할은 그의 아프다는 하소연이었다.

하지만 문득 깨달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것뿐이라는 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한때 나는 남편을 원망했다. "넌 날 사랑하지 않았기에 병을 숨긴 거야?" 그는 말했다.

"너마저 없으면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래서 널 붙잡고 싶었어. 이기적이었던 것 같아..."

가슴이 멍해졌다.


생각해보니, 나는 내 삶에서 누군가의 기쁨희망이 될 기회가 얼마나 있었을까. 부모님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래서 남편을 향한 원망을 내려놓기로 했다.

더 이상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종교를 떠나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사랑이라고 한다. 그 말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

나는 이 사람을 만나 우리의 아이를 낳고, 싸우고, 미워하고, 그리고 이제야 본질에 가까워졌다.


나는 누군가의 사랑이 되었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을 가졌다. 그 사실만으로 내 인생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삶의 목적은 더 많이, 더 깊게 한 사람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 나는 내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내 자신을 더 사랑하는 데, 그리고 내 가족을 더 사랑하는 데 쓰기로 했다.


그게 내가 이 삶에서 배운 가장 큰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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