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날에도 삶은 계속된다.

-죽을 것만 같던 날 이후, 나는 라떼를 마셨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부서진 순간들: 숨결이 바람을 만나는 곳


10월 27일

세상이, 아니 내 인생이 무너져버렸다..

뇌출혈로 쓰러지신 아버님을 열흘 정도 병간호한 남편이, 집에 돌아온 뒤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동네 병원에 데려갔는데, 의사는 엑스레이를 본 후 한마디를 남겼다.


"지금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세요."


자정이 다 되어가는 응급실

응급실 문이 닫히자, 세상은 얇은 종이처럼 흔들렸다. 의사가 조용히 불러낸 자리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 그건 마치 차가운 안개처럼 내 가슴을 짓눌렀다.


"혹시 남편분이 현장에서 일하시나요?",
"아니요, 사무직인데요.",
"폐암입니다. 병기도...좋지 않습니다."


그 순간, 내 다리는 삶의 무게에 무너져 바닥을 스쳤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눈물은 얇은 유리처럼 조용히 깨졌다. 두려움 나를 삼켰다.


병실에서 남편의 손은 차갑고 떨렸지만, 그 손 끝에는 여전히 삶의 온기가 있었다.

고통은 안개였다.

나는 속으로 속삭였다. 스쳐가도록 내버려두자.

병원 복도 너머, 누군가와 눈빛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은 나와 다르지 않았다.

당신도 그런 눈빛을 만난 적이 있는가?


12월 16일.

12월의 바닷가 카페,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렀다.

라떼 한 잔, 책 한 권, 햇살 한 조각.


남편은 여전히 항암 중이다. 머리카락은 빠졌고, 밥은 삼키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오늘, 라떼의 따뜻함이 내게 말했다. "삶은 계속된다."


아주 오랜만에 일상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회복력은 거창하지 않다. 죽을 것 같던 날, 라떼를 마시는 순간이다.


삶은 부서지지만, 그 조각마다 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