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너도, 심지어 강아지도 모두 신이라는 이름으로
[네팔의 일상 4]
네팔은 국민보다 신이 많은, 집보다 사원이 많은 나라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색과 향, 분위기들이 도시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섞여 있어 탁해지거나, 혼란할 법도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보면 또 신기하고 신비롭다.
이런 문화가 나타나게 된 것은 신을 대하는 네팔인들의 태도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트레킹을 하는 내내 나는 참으로 많이 넘어지곤 했다. 오랜 시간 걸어 다리가 풀려 풀썩풀썩 주저앉기도 했고, 신발끈에 걸리고, 허공을 내딛기도 하면서 말이다. 언제인가 한 번은 오른쪽에 벼랑을 두고 한참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자주 넘어지는 나에게 프라카스는 왼쪽에 조금 더 힘을 주고 걸으라고 했다. 넘어져도 좋지만 왼쪽으로 넘어지라는 것이었다. 또 덧붙여 지금 이 눈 속에 파묻히면 내년 봄에 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해주었다. 봄이면 눈이 녹아 트레킹을 하며 종종 시신을 수습한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 싶었다.
이들에게 죽음은 이토록 가까운 곳에 있다. 또 그 옆엔 늘 신들이 자리하고 있다.
동네 어귀에 있을 법한 개들도, 어디서나 어슬렁 거리는 소도, 내 옆의 친구와 가족들도 신이 된다. 이마에 티카를 찍고_티카는 이마에 찍는 붉은색 점인데, 일종의 부적의 의미를 가진다.“god bless you” 또 모든 이치를 꿰뚫어 보는 제3의 눈을 의미하기도 한다._, 금잔화 화한을 걸어주고 감사를 표하고, 또 행운을 기원해주곤 한다.
이들에게 신은 멀리 떨어진 선망의 대상, 혹은 경배의 대상이 아니다. 옆 집의 친구가 길을 가는 강아지까지도 내일은 아니 오늘 당장 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