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은 공감 능력을 저해한다

온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이 적으면 적을수록 피해의식은 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온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피해의식은 약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중 유독 자본(주식‧부동산…)에 관련된 기사에만 과도하게 공감하는 이들이 있다. 혹은 젠더 이슈나 폭력 관련 기사에만 과도하게 공감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모두 피해의식의 강도가 매우 센 편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강한 (자본‧젠더‧폭력에 대한) 피해의식에 휩싸여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뿐인가? 피해의식의 이런 양상은 일상 대화에서도 드러난다. 피해의식이 강한 이들은 자신의 상처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만 공감할 수 있을 뿐, 그 외의 주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학벌(혹은 직장)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한 이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학벌(직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만 과도하게 공감한다. 학벌 때문에 차별을 당한 이들(직장의 부당함‧부조리에 의해 상처받은 이들)의 이야기에만 함께 슬퍼하고, 학벌 때문에 차별을 당한 이들(직장의 부당함‧부조리에 의해 상처받은 이들)의 이야기에만 함께 분노할 뿐이다. 다른 수많은 사안들에게 대해서는 지극히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적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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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측면에서 피해의식은 양날의 검이다. 피해의식은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의 기초가 된다. 이런 점은 피해의식의 긍정적인 면이다. 피해의식은 자신의 상처를 통해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외모에 대한 피해의식 있다면, 그는 자신과 유사한 상처가 있는 이들에게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피해의식이 계속 커지면 공감 능력 역시 계속 커지는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삶의 진실은 그 반대다. 피해의식이 강해질수록 감정이입 능력은 커지지만 감정이입 할 수 있는 대상의 수는 현저히 줄어든다. 강한 피해의식을 가진 이들의 비대해진 감정이입 능력은 ‘과過몰입’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다. 피해의식이 강해지면 그만큼 감정이입 능력 역시 커진다. 하지만 이 비대해진 감정이입 능력은 소수의 대상들에게만 집중된다.


바로 이것이 피해의식이 어느 정도 강해지면 오히려 공감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유다. 피해의식이 심한 이들은 특정한 대상(자신과 유사한 피해의식을 가진 이)들에게 과몰입하느라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공감할 여력이 거의 없다. 공감 능력이 있다는 것은 특정 대상에게 과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피해의식과 공감 능력은 반비례 관계에 있는 셈이다. 이처럼 피해의식은 공감 능력을 저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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