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피해의식의 근본 원인, 기쁨의 독점

피해의식의 발작버튼

   

“왜 항상 저한테만 많은 업무를 주시는 거죠?”
“그건 자네 피해의식 아닌가?”     


 “그건 네 피해의식이지.” 이 말은 피해의식에 휩싸인 이들에게 일종의 발작버튼이다. ‘인철’은 일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 그는 직장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항상 더 많은 업무를 하느라 피해를 보고 있다고 여긴다. 팀장은 그런 ‘인철’의 마음을 피해의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때 ‘인철’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불쾌감에 휩싸였다. 왜 그랬을까? 팀장이 ‘인철’의 생각을 착각(오류)이라 단정했기 때문이다.      


 이 단정은 단지 “네 생각은 틀렸어!”라는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다. 자신의 생각이 착각이기에 그로인해 발생하는 부정적 감정 역시 모두 ‘인철’ 자신의 책임이라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 이것이 ‘인철’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불쾌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처럼 피해의식의 진단(“그건 네 피해의식이지!”)은 모종의 분노와 불쾌감을 야기한다. 이는 피해의식이 없는 이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퇴근이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에 대한 피해의식이 없는 이들은 정당한 판단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그때 사장이 “그건 네 피해의식이지!”라고 규정하면 기분이 어떨까? 불쾌한 마음에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사장의 말은 “너의 생각은 틀렸고, 그것은 네가 늦게 퇴근하는 것은 네 책임이다”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즉, 피해의식의 진단에 분노와 불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것이 부당한 책임 전가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피해의식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누군가에게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다. 그때 세상 사람들은 그 피해의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그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을까? 세상 사람들은 피해의식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한 사람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피해의식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니, 피해의식은 그 사람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는 일견 옳은 말 같기도 하다. 피해의식은 상처받은 기억으로 인해 발생한다. 그런데 유사한 상처의 기억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는 피해의식이 심하고 어떤 이는 피해의식이 옅은 경우가 있다. 이런 차이는 한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까? 즉, 피해의식은 정말 한 개인의 책임인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누군가에게 피해의식이 있다면, 그것은 그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처음부터 다시 물어보자. 세상의 모든 피해의식은 왜 생기는가? 상처받은 기억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상처받은 기억은 왜 발생하는가? 일부 계층의 ‘기쁨의 독점’ 때문이다. 이는 전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기쁨을 추구한다. 하지만 누구나 기쁨을 충분히 누릴 수는 없다. 사회적으로 권력을 가진 일부 계층이 기쁨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다종다양한 피해의식은 근본적으로 바로 그 ‘기쁨의 독점’ 때문에 발생한다.      



피해의식은 ‘기쁨의 독점’ 때문에 발생한다

 외모에 대한 피해의식을 예로 들어보자. 자신의 모든 불행을 외모 탓으로 돌리고, 자신보다 더 나은 외모를 갖고 이는 이들에게 과도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 이가 있다. 그는 왜 이런 피해의식을 갖게 된 걸까? 단순히 그의 마음이 삐뚤어졌기 때문일까? 이는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말하는 오류에 불과하다. 마음이 삐뚤어져서 피해의식이 생긴 게 아니라, 피해의식 때문에 마음이 삐뚤어진 것이니까 말이다.           


 외모에 대한 피해의식은 왜 발생했을까? 외모가 아름다운 이가 기쁨(인정‧칭찬‧관심)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외모는 일종의 권력이다. 그 권력으로 ‘기쁨의 독점’이 일어나고, 그 반작용으로 인해 받은 상처(폄하‧비난‧무관심) 때문에 외모에 대한 피해의식이 생기게 된다. 예쁜 아이가 예쁘다는 이유로 온갖 인정‧칭찬‧관심을 독점할 때, 못생긴 아이는 폄하‧비난‧무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처를 받고 자란 아이가 어떻게 피해의식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돈, 학벌, 명성, 젠더 등등 모든 피해의식은 그렇게 발생한다. 돈, 학벌, 명성, 남성(혹은 여성)은 권력이다. 그 권력으로 돈이 많은, 학벌이 좋은, 유명한, 남성(혹은 여성)인 누군가가 기쁨을 독점할 때, 그 반작용으로 인한 상처(폄하‧비난‧무관심) 때문에 저마다의 피해의식이 발생하게 된다. 즉, 마음이 뒤틀어져서 피해의식이 생긴 게 아니라, (일부 계층이 기쁨을 독점한 결과로 발생한) 피해의식 때문에 마음이 뒤틀어지는 것이다. 기쁨의 독점! 이것이 피해의식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