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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Feb 18. 2024

좋아서 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커피가 좋아서 카페를 차린 사람들, 책이 좋아서 서점을 차린 사람들, 아이스크림이 좋아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린 사람들이 있다.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걸 좋아해서 종이비행기 국가대표가 된 사람들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아서 화가가 된 사람들, 시를 쓰는 게 좋아서 시인이 된 사람들이 있다. 이렇듯 좋아하는 걸 취미로 남겨두지 않고 일의 영역으로 끌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교육부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을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30년 넘게 성우로 일을 한 분, 20년 넘게 편집인으로 책을 만든 분, 10년 넘게 춤을 춘 분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분들이었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눈이 빛났다는 것이다.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다. 여전히 꿈이 있었다. 생기발랄한 목소리로 꿈을 말했다. 그리고 아직도 무언가에 두근거리셨다. 자신의 꿈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을 참 좋아하셨다. 이것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특권이다 싶었다.


 물론 이들에게는 일하는 기쁨을 느끼기 전까지의 시련도 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가게를 차리고 싶어서 하고 싶은 일과 관계가 전혀 없는 일을 하며 돈을 악착같이 모으시는 분도 있었고, 지원하는 오디션, 면접마다 계속해서 떨어지시는 분도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꽃피울 수 있는, 잘하게 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충분히 쌓았다고 누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또 사람마다 꽃피는 시기와 계절은 다르니 계속해볼 수밖에 없다.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방향과 속도로 꾸준히 해왔기에 그들은 좋아하는 일로 이 세상에 굳건히 설 수 있게 됐다. 견딤과 버팀의 시간을 통과하지 않고는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의 기쁨을 느끼기 힘들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매 순간이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하기 싫은 일들도 해야 하는 나날들이 펼쳐지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 속에는 좋아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좋아하는 일이기에 그들의 에너지는 반짝거렸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포기한 사람들이었다.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일로, 삶에서 펼쳐보고자 무언가를 끝내고 새로이 시작한 사람들이었다. 겉핥기가 아니라 몰입의 시간을 쌓아온 하루하루가 모여서 이들의 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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