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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파크는 비쌌다

물질보다는 마음

by 이보소

36개월 아기와의 주말. 활력 넘치는 남아와는 집보다는 밖이 제격이다.

말로만 듣던 뽀로로 파크를 다녀온 건 추운 겨울이었다.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에 이끌려 할인가로 구매한 혜택(?)을 사용해 보고자 방문한 로로파크. 사람이 많다는 후기를 보고 오픈런으로 방문한 그곳. 뽀로로가 뭐길래 그놈의 파크라는 곳에는 인파가 장관이었다. 입구부터 대기줄이 늘어져 있었고 외투와 가방을 캐비닛에 욱여넣고 돌아다닌 공간 곳곳에는 항상 줄이 달려 있었다.


한마디로 맙소사였다.

나 같이 할인가로 구매한 이들이 모두 결집한 것일까. 메인 공간에 떡하니 있는 미니 기차를 태워주고 싶어도 어마어마한 대기줄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나마 줄이 덜한 미니 자동차의 대기 줄에 합류했지만 아기의 칭얼거림에 중도 이탈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건 꼭 봐야 해!'였던 뽀로로 싱어송쇼도 겨우 어르고 달래기를 반복하며 들어가려 하니 인원 초과라며 바로 앞에서 잘리기도 했다.


오 통재라.

간식 먹이기나 핸드폰 보여주기 같은 유인책을 쓰지 않으면 36개월 아기와의 대기는 어마어마한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설상가상 점심 식사도 줄이 길 것 같아 미리 먹자고 하니 싫다는 아기. 결국 피크타임에 방문하게 된 식당은 예약 대기로 오후 세시가 다 되어 끼니를 해결하게 되었다. 뽀로로파크는 여러 가지로 고 슬픈 곳이었다. 아기에게 재미를 주려 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 것은 사용에 대한 값어치의 평가 때문일 것이다. 은 썼는데 대로 시설을 이용하질 못 했으니, 심지어 이를 정가로 이용했다고 한다면? 아빠의 셈이 들어간 뽀로로파크는 확실히 맵고 슬고, 꽤나 비쌌다.


시무룩한 아빠 대비 아기는 셈이 없었다.

대기를 하든 시설은 이용 못하든 아기는 최근의 취향, 동물 상황극이 최고의 재미거리였다. 본전을 뽑겠다고 아등바등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자 하는 아빠와 달리 아기는 즐길 거리가 없는 볼풀장에서 고릴라가 되고 상어가 되고 사육사가 되며 신나 했다. 미끄럼틀이라도 한 번 태우려고 트램펄린이라도 더 뛰라며 채근하는 아빠와 다르게 아기는 람들이 드나들기 좁은 볼풀장 구석에서 아빠와 계속 동물 상황극을 하고 싶어 했다.

렇다. 장소에 목멜 필요는 없다. 아무리 시설 좋고 비싼 곳일지라도 아기들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뽀로로파크 볼풀장에서 깨달았다. 아기에게는 뽀로로파크의 가격보다는 아빠와의 동물 상황극이 더 관심 가는 일이었을 테니. 스트레스가 쌓여가던 순간 아빠 사육사는 아기 고릴라와 놀며 꽤나 값어치 있는 경험을 했다. 아기를 감싸고 있는 볼풀장의 파랗고 희고 노란 볼풀들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뽀로로파크는 여러 의미로 비싼 곳이었다.


뽀로로파크 볼풀장에서 상황극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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