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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an 24. 2024

그림자 작가의 진짜 작가 입문기

-오랜일기 | 20240124 


재미있는 꿈을 꾸었다. 

풍채가 좋은 선비가 붓을 들고 글을 쓰고 있는데, 뭔가가 잘 안 풀리는 듯이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앞에 앉아있던 하인이 도와드리고 싶은데, 자신의 신분 때문에 감히 붓을 들 수 없다고 말했다.


선비도 하인도 나다. 

글을 쓰고자 하는 풍채가 좋은 선비도 나고, 선비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하인도 나다. 

하인이 자신의 신분 때문에 어려워하고 있는데, 그 신분이란 학습된 무기력이다. 

'네가 할 수 있겠어?' 고질적인 내 안의 의심이다. 


꿈에서 깨어나자 내 안의 그림자 작가와 진짜 작가가 대화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에 숨어서 미루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집중력인 것 같아."

그림자 작가의 고백에 진짜 작가는 힘차고 따뜻한 조언을 들려주었다.

"잘됐어. 현재를 빠르고 정확하게 잘 파악했어. 

언제까지고 시간에 숨는다면 정확한 사실을 볼 힘이 생기지 않았을 거야. 

진단이 나오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힘으로 시작할 수 있으니 정말 잘 된 일이야. 

꾸준히 쌓으면 돼.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시작이 반. 하면 돼!"

그림자 작가는 진짜 작가의 힘찬 응원의 말에 힘이 났다.

"맞아. 작은 완결이 중요한 것 같아. 

불안에, 욕심에, 덩어리째로 삼킨 것은 결국 다 토해내야 하니까. 

하나하나 성실한 자세로 읽어나가고, 느끼고, 생각하고, 써보는, 충실한 과정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 

그러한 과정의 성실함은 틀림없이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그래, 그거야! 바로 이런 것이 너야.

너의 선함이고, 아름다움이고, 진정한 힘이야."

"나도 그런 것 같아."

그림자 작가와 진짜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차분한 힘과 성실한 자세로 읽고 쓰면서 진정한 구원을 탐색하기로 결의했다.


2024년은 신분제 사회가 아니다. 우리의 유기체는 높고 낮음이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면 하면 된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지 말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자.

주춤거리며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 안의 하인에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 

하인에게 붓을 들게 하라!


연재 중인 브런치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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