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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an 20. 2024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

-오랜일기 | 20240120


20년 전 홈페이지에 연재했던 그림일기를 이어간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는 오래전에 작가님이 운영하셨던 홈페이지를 장기 구독하던 애독자예요.

웹에서 우연히 작가님 연락처를 보게 되었고 반가운 마음에 메일 보내봅니다.

홈페이지 이름이 오렌공작실이었죠.

'오렌지를 좋아하고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고...

저는 그중 그림일기를 좋아했어요. 잘 그린 그림은 아니었지만, -_-;;

따뜻한 감성이 좋아서 3년이나 드나들면서 보았더랬죠.

배경음악으로 걸어놓으셨던 '키쿠지로의 여름'이 참 좋아서

그해 여름 내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좋아한다고 하셨던 바흐의 '골든베르크'도요.

언제나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멀리서 강한솔(예명) 드림


‘오래전’이라는 것은 정말로 오래전이었다.

이십 년이나 전인,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시간이 흘렀다.

뇌의 일부가 손상되었는지 나조차도 잊어버린,

‘오렌지를 좋아하고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는 홈페이지 소개 글까지

어제 본 듯이 기억하고 있는 독자가 경이로웠다.

홈페이지, 오렌공작실, 그림일기, 책, 영화, 배경음악….

따뜻하게 서늘한, 되찾고 싶기에 잊힌, 낙조의 오렌지 빛….

알지도 못하는 20년 전 독자가 내 인생의 퍼즐 한 조각을 가지고 나타났다.


되찾은 이름, 되찾은 시간, 되찾은 음악, 되찾은 일기장, 되찾은 꿈을 이어간다.

기억력 좋고 마음 따뜻한 한 분의 독자로 인해 새 생명을 얻고 부활했다.

다시는 잊어버리지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히사이시 조  Summer 키쿠지로의 여름 OST


연재 중인 브런치북입니다.


+ 일요일과 목요일 -<길모퉁이 글쓰기 카페>

+ 화요일과 토요일 -<읽기의 천사>

+ 월요일과 금요일 -<건강할 결심>

+ 수요일과 토요일 -<오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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