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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May 18. 2024

넌 나의 햇살

-<오랜 우화> 2화.



공지드립니다!


연재브런치 <동물원 옆 미술관>을 기획하면서 '감동적인 동물 이야기를 감각적인 손그림으로 그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혀놓고, 금방 못하겠다는 현타가 와서 <오랜 우화>로 급변경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동물관 옆 미술관>에 일말의 기대를 가져주셨던 구독자가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립니다. 

'그림이 있는 글쓰기 에세이'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후반 작업을 하면서 바빠진 관계로 그림 작업이 어려울 것 같아 감동적인 동물 이야기를 또다른 감동적인 이야기들과 엮어서 쓰는 방식으로 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예수라 불리는 새, 아프리카자카나'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길에서 주워들은 감동적인 이야기 몇 편을 묶어보았습니다. 

감탄과 감동과 감사가 없이는 살기 힘든 세상이기에 이토록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줍고 다니면서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예수라 불리는 새


예수라 불리는 새가 있으니 바로 '아프리카자카나(학명 Actophilornis africanus)'.

이 새가 예수라는 별명을 갖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아프리카카자나는 특유의 가늘고 긴 발로 물 위를 걷는듯한 모습을 연출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수컷 홀로 새끼들을 돌보는 희생적인 사랑 때문이라고. 

아프리카자카나를 얼핏 보면 다리가 여럿 달린 기괴한 모습인데, 이런 형상을 하게 된 슬픈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다리 두 개를 제외한 나머지 다리는 새끼들의 다리고, 아빠 새가 새끼들을 날개로 감싸안아 품고 다니다 보니 날개 바깥으로 새끼들의 다리가 삐져나와 다리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암컷 아프리카자카나는 여러 짝을 두는 관계로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수컷에게 맡기고 다른 수컷을 찾아 떠나기 때문에 아빠가 홀로 새끼들을 돌본다고 한다. 





스스로 기뻐하라


병원장의 아내로 평생을 살면서 다섯 남매를 다 키우고 60이 되어서야 어릴 적 꿈꾸던 그림을 떠올리고는 화가가 되신 박정희 할머니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웃어 보이는 모닝 루틴을 갖고 계신다.

"오늘 하루도 또 기뻐하자."

"최고의 호강을 하고 있는데 절대로 툴툴대지 말자."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웃는 일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스스로 기뻐할 일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고 말씀하시면서.




PD가 물었다.

"할머니는 언제가 제일 행복하셨어요?" 

"언제가 제일 행복했었냐고?"

"......"

허공을 응시하면서 한참 생각을 하시던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우리 남편이 기뻐할 때가 가장 행복했지......"

예상 밖의 할머니의 말씀에 가슴이 시려왔다.


JYP의 수장 박진영은 자주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키운 어떤 아티스트가 잘하는 것보다 자신이 잘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200프로 공감했다. 매우 솔직한 아름다운 욕망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스스로의 욕구대로 잘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성취를 온전히 기뻐할 만큼 인간은 진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나는 내가 기쁠 때가 가장 행복했지 내가 아닌 누군가가 기뻐할 때도 행복하긴 했지만, 그걸 인생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말할만한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았기에 누구의 말이 정답이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박정희 할머니의 의외의 말씀에 가슴을 어떤 충격이 있었음은 분명했다. 누군가 내가 아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이 나의 가장 행복이라니!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인생은 정신분석 전과 후로, 하나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적이 있는데, 오늘로 갱신하려한다. 93세 할머니 화가의 한마디, 남편이 기뻐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전과 후로 나뉘게 같다는 예감이 든다. 누군가의 기쁨이 나의 행복이 된다는 말은 너무 많이 듣고 읽어서 진부해진 클리셰 같지만, 상투적인 말이 삶이 된다는 것은 다른 영역의 일인 것 같다. 늦은 것도 같지만 내가 93세가 되었을 때, 그렇게 말할 있는 삶을 살싶다는 소망이 꿈틀댄다. 

아~! 나는 과연 그 정도로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것만이 문제다.




넌 나의 햇살


1,3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간 이 영상에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동생의 언어 치료를 위해 누나가 노래를 불러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담겨있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누나와 노래를 좋아하는 동생이 서로를 바라보며 다음 단어를 이어가는 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지구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 빛을 반사하여 빛을 내는 행성'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우리는 태양처럼 누군가 더 큰 존재를 바라보며 그 빛을 통해 빛을 내는 행성이다.



You are my Sunshine






아름다움


오래된 폴더 안에서 건져 올린 아름다움에 대한 글이다.

한 문장 한 문장으로 쓰인 한글 파일 맨 아래에 '괴테'라고 적혀있는데, 전부가 괴테의 말인지, 이것저것을 필기해 논건지 출처가 명확하지는 않다. 얼마 전, @매미 작가님께서 내 어떤 글의 댓글에 

"아름다움이란 뭘까요?"

라는 어려운 질문을 하셨고, 그 질문 앞에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괴테가 말한 "일상이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그렇게 적었다. "일상이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은 일상"이라고. 그 이후로 뭔가 찜찜한 것이 남아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그러다 오래전에 써둔 파일을 찾았고, 그 파일에는 역시 괴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내 앞의 아름다움
내 뒤의 아름다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의 아름다움     


아름다움은 모든 예술의 궁극적 원리이며 모든 예술이 지향하는 최고의 목표이다.

예술가의 삶, 선한 행위, 아름다운 말 이 모두는 유한한 것이지만 전부 불멸이다.

꽃을 주는 것은 자연이지만 꽃을 엮어 꽃다발을 만드는 것은 예술이다. 

예술만큼 세상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예술만큼 확실하게 세상과 이어주는 것도 없다.

지극히 행복한 순간이나 지극히 곤란한 순간에도 우리는 예술가를 필요로 한다.

예술은 가장 우수한 자연의 해설서이다.

개성과 천재성은 시와 예술에 있어서 전부이다.

독창적이 아닌 것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그리고 독창적인 것 중에 약간의 결함을 가지지 않은 것은 없다.

미적 감각이 소멸했을 때 모든 예술 작품은 사멸하고 만다.

반짝이는 것은 순간을 위해 태어난 것이지만, 
참된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는 법이다.

건축이란 고정된 음악이다.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고, 우리의 영혼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마치 어미 새가 어린 새를 키우고 돌보는 것처럼.

예술가에게는 천성적인 소질보다 노력의 영향이 더 크다. 

감정과 의지에서 나오지 않는 예술은 참된 예술이라고 할 수 없다.

각 부분들이 충실해야만 전체가 충실할 수 있는 법이다.

예술에 있어서는 완벽함을 추구해야 한다.

진정으로 그대의 가슴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결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자신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일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또 하나의 예술이다. 


-괴테




쉼 없이 기도하라


너무 재미있는 앵무새 영상을 봤는데, 이 페이지에 엮어서 소개하면 딱 맞을 것 같다.

앵무새 집사 루이의 기도대로 범사에 감사하고, 굳게 믿으며,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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