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글도 좋아요> 30화.
제 18 회 오랜문학상은
뽀득여사 작가님의 글
'밤이니까 하는 거야, 황홀하고 이상야릇한 거!'
로 선정하였습니다.
작가소개
언어치료사 심리상담가 상담센터장으로서의 사회적 페르소나를 지니고 살아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따뜻한 치유소설과 에세이를 쓰는 페르소나를 지니고 싶습니다.
우주의 별들이 수개월간 맹연습을 했다지.
우주 비밀공간 어딘가에서 몇 번의 리허설도 완벽히 끝냈다지.
오늘이 드디어 D-day!!
별들의 환상의 퍼레이드!!
우주의 별들이 펼치는 밤하늘 퍼레이드의 총감독은 카리스마 작렬의 문(moon) 감독.
서슬 퍼런 달이였다지.
달감독, 문(moon) 감독은 변덕쟁이. 둥글둥글 둥글 납작한 어떤 날은 ‘잘한다! 잘한다!’ 세상 유하다가, 뾰족 뾰족 어떤 날은 ‘정신 안 차릴래!’ 이 별, 저 별 트집 잡아 별들이 고생깨나 했다지. 도중에 끝끝내 버티지 못한 유약한 별들은 별똥별로 남겠다며 중도포기도 꽤 했다지 아마!
한낮의 태양이 지구 하늘을 지배하는 그 시간,
별들은 비밀 우주운동장에서 달감독의 지휘하에 별 감독의 지휘하에 별 땀 흘려가며 연습했다지. 헛둘! 헛둘!
쉿! 이제 시작한다. 별들의 퍼레이드.
지구의 관객은 흡 숨죽이고 캄캄한 밤하늘을 우러러보면,
마법의 성문이 스르륵 열린다.
경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와 눈물의 상봉을 한다.
멋진 닻을 올린 배가 하늘바다를 유유히 항해한다.
헨젤과 그레텔 과자집이 고소한 향을 풍기며 하늘땅에 지어진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찾아 밤하늘 바다를 헤엄친다.
팅커벨과 피터팬은 네버랜드를 향해 하늘비행 슝~~~!!
지구의 관객들.
참지 못한 감탄사 우아! 와! 어머나! 마구 터져 나온다.
밤하늘 별들의 환상의 퍼레이드!
가을밤 일산호수공원에서 펼쳐진 환상의 드론축제는 이렇게 우리를 환상의 나라로 데려갔다.
밤이니까 가능한 드론축제! 밤하늘 무대에서 펼쳐진 공연은 황홀했고 흥분되었다.
드론은 밤이 되어서 비로소 별이 될 수 있었다.
낮에는 말이지…
굴러다니는 빨랫감
썰다 만 당근 조각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
침대 밑의 먼지
비뚤게 묶여 있는 커튼리본
질서 없이 뒤섞여 있는 일상의 도구들
낮에는 다 보인다
눈을 질끈 감지 않는 이상 내 눈에 마구 보이는 현실 뭉치들
그래서 훅 들어가지 못한다. 낮에는.
밤이니까 하는 거야. 황홀하고 이상야릇한 거!
밤은 깜깜하고
밤은 고요하고
그래서
밤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한다.
밤은 포커싱.
밤은 핀조명.
주변의 자질구레한 것, 필요치 않은 것 가려주고 원하는 것에만 포커싱하게 해준다.
밤은 포커싱.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 보이는 것.
밤은 핀조명. 비추고 싶은 것만 ,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게 하는 것.
밤은 보이고 싶은 것만, 집중하게 해주는 것.
밤은 오히려 밝디 밝은 것.
그래서 황홀하고 이상야릇한 것은 밤에 하는 거구나.
포커싱.
감정에 포커싱.
철학에 포커싱.
생각에 포커싱.
상상력에 포커싱.
나와 너의 사랑에 포커싱.
쉿, 조용. 핀조명 비춘다. 나는 너에게 포커싱.
19금인가? 호기심을 발동케 하는 제목에 이끌려 살그머니 입장한 곳은 바로 일산호수공원 전체관람가 드론축제 현장이었네요. ㅋㅋㅋ 깜깜한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드론쇼를 이토록 재기 발랄 러블리한 판타지로 풀어내신 뽀득여사 작가님의 솜씨에 반했답니다.
'밤이니까 하는 거야, 황홀하고 이상야릇한 거!' 뽀득여사님의 이 글이 오랜문학상 Season1 마지막 작품이 됨에 따라 마치 오랜문학상의 멋진 피날레를 위한 드론쇼가 된 듯 합니다.
낮과 밤이 만들어내는 밝음과 어둠 속에서 보여지는 사물에 대해, 감정과 철학과 생각과 상상력과 사랑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사유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에 경이를 표합니다. 짝짝짝! - ̗̀( ˶'ᵕ'˶) ̖́-
브런치 마을을 어슬렁거리며 마실 다니다가 마음에 와닿는 글을 소개하자는 취지로 만든 브런치북 <작가님 글도 좋아요>를 연재하던 중, 발길이 떠나지 않을 만큼 마음을 끄는 멋진 작품을 만났고, 이런 훌륭한 작품이 알고리즘에 노출이 안되어서 몇 명 밖에 읽지 않았다는 것이 못내 아쉬워서 '내가 상을 줄 수 있다면 상이라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오랜문학상은 탄생했습니다.
쉽지만은 않은 가운데 이어오면서 연재 브런치북이 30화로 종결됨에 따라 오랜문학상도 18화로 Season1을 종결하게 되었습니다. 향후의 방향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기획 단계를 거쳐서 새로운 진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오랜문학상 수상자들과 함께 글 모음집을 준비 중이며 라얀 작가님께서 운영하시는 독립출판사 마니피캇을 통해 2025년 출간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