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고 늦잠을 잤다간 아이가 배를 곯는다... 느껴지는 숙취를 짐짓 무시하고 일어나 아이 밥을 챙겨주고 피곤해하고 있다 보니 또다시 밥 때... 아이는 그동안 과자를 조금 먹었는지 식욕이 없어 하길래 아까 마샤와 곰에서 나온 작은 만두를 먹을까? 했더니 먹겠단다. 냉동실에서 잠자고 있던 새우 완탕을 끓였다. 청경채 대신 양배추를 잘게 썰어넣고 마늘 등으로 조금 더 맛 내기~ 뜨거운 국물이 적당히 식으라고 옴폭 깊게 파인 작은 접시 그릇에 완탕과 국물을 담고 옮기는 찰나, 접시가 두 동강이 났다. 국물이 아래로 조금 흘렀지만 다행히 파편이 아래로 흩어지지 않게 잡을 수 있어서 접시만 하나 없어진 걸로 일단락. 아이의 완탕은 튼튼한 국그릇에 다시 담아주고 깨진 접시는 종이로 잘 싸서 다시 비닐에 넣고 치워두었다.
노란색. 폴란드식 패턴을 가진 일본산 접시는 내가 좋아하는 접시였는데... 작년 같은 브랜드의 큰 접시를 설거지 하다 박살 낸 이후로 두 번째다.
혼수로 해온 그릇은 흰색 바탕에 노란. 금색원이 박혀있는 그릇이었는데 난 그게 참 싫었다. 6인조 커피잔 세트도 흰색 바탕에 백합이 그려져 있는 디자인은 36년 만에 결혼하는 딸이 너무도 신나서 엄마가 마음대로 골라오신 것들인데 내 취향이 너무도 아니어서 한바탕 싸우기도 했었다. 그전까지는 엄마가 사다 주는 무언가에 토를 달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사 오시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입어보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 후 어딘가에 그냥 두었었으니 엄마는 혼수도 그러려니 생각하신듯. 그러나... 혼수잖아 T.T
처음 시작하는 내 것들은 조금 더 내 취향에 맞고 더 좋은 특별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엄마는 내가 실망한 걸 알아채시고선 마음이 꽤 많이 상해하시며, 그럼 그냥 쓰지말라, 라고 하셨지만, 그 나이 대의 엄마들은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을 딸에게 사주는 것에 두배의 기쁨을 느끼신다고 누군가에게 듣고 난 후 내쪽에서 다시 체념. 그냥 엄마가 골라주신 혼수들을 가져갔다.
오늘 깨진 그릇은 엄마의 그 혼수가 아닌, 결혼 후 내가 직접 고른 그릇이었다. 그래서 더욱 좋아하는 것이었는데... 자기든 강화유리든 충격을 받으면서 천천히 약해진다고 하더라. 그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결혼 후에도 엄마는 여전히 무언가를 사 오시거나 가져오신다. 아직 아이 꺼에는 뭐라 말씀 못 드리지만 내 껄 사 오실 때에는 역시나 취향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젠 받아서 한번 쓰고 어디다 두지 않는다. 일단 쓰지 않는 물건을 두는 것을 안 하고 있기도 하니까- 감사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후 그러나 내 취향에 맞지 않는 부분이 이래저래 해서 라고 말씀드린 후 도로 드린다. 처음에는 엄청 서운해하셨는데 조금씩 괜찮아지시는 것 같다. 뭔가 사 오시고 보여주신 후 '반품해도 괜찮데'라는 말을 덧붙여주신다.
거절은 어렵다. 특히 부모 자식 간이라면 더 그렇다. 그렇지만 그래서 더욱 솔직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선물이 나를 난감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잘해주고 조금 더 나아지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잘 아니까- 엄마도 마뜩치않은데 그냥 넘어가는 것보다는 좋아하고 만족스러운 무언가를 주시고 싶어 하지 않으실까?
라고 혼자 살짝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애정은 언제나 더 많은 쪽이 지는 법이고, 엄마와 나 사이에는 엄마는 언제나 약자고 나는 언제나 강자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
엄마와 나는 비슷하면서도 너무 다르다.
십여년 후 내 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까?
그때, 지금의 나를 떠올리면서 담담해지는 연습을 조금 해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