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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뢰렉신 Jul 02. 2017

공유된 기억을 나눌 수 없을 때

그 이야기들이 슬퍼진다.


비오는 여름,

하나의 우산 아래

두런두런 나누었던 너와 나의 목소리.


눈오던 추운 겨울, 

꽁꽁 언 손 마주 잡고

호호 불어가며 먹었던 달콤했던 군고구마의 맛.


주변 사람 아랑곳 않고,

큰소리로 깔깔 수다떨며

두세번 리필해서 먹었던 그 카페의 커피 향기.


정거장 미리 버스에서 내려,

가로등 불빛 쐬며

걷고 또 걸었던 작은 언덕이 있던 그 동네 길.


 



세상에서,

너와 나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들.

그때 그랬었지, 하며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


공유된 기억에 대하여

서로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이야기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런 때가 오면,

우리는 '슬프다' 라고 느낀다.

 

슬프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 웃음을 지어보기도 하지만,

결국 입꼬리가 올라갔던 볼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참 쓰기만 하다.


회복해 내지 못할꺼라는 두려움 때문에

기어이 기를 쓰고 빗속을 뛰어보지만,

떨어지는 빗방울 방울마다 너의 목소리가

터져나와 흐르고 있다.


 



우주가 지켜보기만 했던

그 사람과 나만이 아는 이야기가 있었다.


누구와도 이야기 할 수도 없고,

누구와도 공감할 수 없는,  

딱 우리 둘 만의 스토리.


그 날, 그녀의 눈빛이 기억난다.

우스운 이야기들로 깔깔대다가

왜 그런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갔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서로 나중에는 어떤 존재로 남게될까?

우리도 언젠간 각자 가야하는 길에 다다르겠지?

어쩔 수 없이 큰 아쉬움을 느끼고

붙잡고 싶지만 서로 존중해주는 성격때문에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다가 어느샌가

각자의 다른 일상에 매몰되어

서로에게 집중된 이 시간에서 흩어지겠지?


그땐 지금 이 즐거운 대화의 나날들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

흠... 너는 어떨 것 같아?"


그러자 좀전까지 쾌활하게 웃던 그녀 얼굴이  

순간 정색되 듯  변했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했지만 이내

진지하게 숨이 차올라 살짝 격앙된 목소리로

그녀는 내게 말했다.



"항상... 옆에...있으면...안되나요?"



그렇게

조각조각 말하던 그녀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곤 내 눈을 쳐다보지 못했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을 하고는 말야.



아...괜히 쓸데없는 말을해서 분위기가 묘해졌네...

라는 후회가 들면서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다.


"자 내 눈을 봐봐.

그리고 울상같은 표정 풀어. 바보같이 왜그래?

우리가 항상 같이 있는 건 당연한거 아냐?

너 존재는 내 인생에서 이젠 너무 당연해.

만약 잠시 떨어지는 일이 생겨도 너무 당연히

그리워할꺼야. 그리고 다시 꼭 만날꺼야.


어떻게 그동안 같이했던

그 이야기들을 잊을 수 있겠니.

우주가 부서져도 너와 나 밖에 모르는

영속의 기억들이 있잖니.


서로의 머리 속에 연결된 그 수많은 이야기들.

너 아니면 다시 꺼내 깔깔거리며 이야기 할 수 없어.

너 아니면 다시 꺼내 고개 끄덕이며 흐뭇해 할 수 없어.

그래서 너는 꼭 당연히 내 옆에 있어야해.

알았지?"


그제서야 그녀는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어쨋든.

오랜 후,


누구의 잘못도, 변심도 없었지만.

잠시 떨어져 있는 것 일거라 생각했던 그 잠시가,

영속의 시간차로 벌어져

같이 공유된 그 기억을 다시는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젠

세상 그 무엇을 갖다 바친다해도

얻어 낼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라는 것에 대해,



통곡하며, 또 통곡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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