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뢰렉신 Jun 21. 2017

기억 해 내는 용기

그 시간을 잊어 버리기엔 너무 아깝자나요

비가 장대같이 오던날,

누군가 너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너의 이름 세글자를

듣는 순간,

내 심장의 모든 피가

얼굴로 몰려든 듯 붉어졌고,


깊고 깊은

물속에 빠져,

숨막히듯 가슴을 죄는,

느낌을 받았다.


단지, 너의 이름을

듣는 것, 보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내 가슴이 터질

북받쳐 오르는 것을 보니,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더 많이

너란 사람을 좋아했었나보다.


너와 함께했던 장소에 가지 않으려 했고,

너와 같이 먹었던 음식도 먹지 않으려 했고,

너와 함께 보았던 모든 사물들을

내 주위에서 치워버렸지만,


어제,

불현듯 차 안을 정리하다

1년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던

너의 작은 핸드폰 액세서리를 발견한 순간,


그동안 마음 속 깊은 구석

숨겨 놓았던

너에 대한 그리움

한순간

폭팔하듯 터져버렸다.


이젠 충분히 너를

멀리 두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많은 날들을 조심스

너를 잊는 의식들로

버텨왔는데,


이렇게 쉽게 너는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는구나.


그래,

그리움은 어두운 구석에

멀찌감치 숨겨 놓는다

없어지거나 퇴색되지 않아.


너와의 그 호흡 긴

추억 속 그리움들은

이제 밝은 창가에 놓아두자.


오래오래

무럭무럭 자랄수 있도록 :)




생각해보면

과거는 기억에 존재한다.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과거는 내게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지웠다.

습관적으로 기억을 지우는 일에 1년을 몰두했다.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의 충고를 믿었다.

누군가 그랬지, 시간이 다 해결해 줄꺼라고.


그러나 시간은 영속성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다만 희미하게 실루엣화 시켜 가려 줄 뿐.


그렇게 성공하는 듯 싶었는데,

어느 날 아무렇지도 않게

전혀 마음의 준비도 없던 상태에서,

진짜 작은 기억 하나가 닫혀진 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오자 

그간에 의식 속에 억누르던 너의 기억들이 확 젖혀지며 

쏟아지는 햇빛처럼 왈칵 쳐들어왔다.


나는 스러지듯

그 기억들을 끌어 안아버렸다.

기억의 테이프 마지막이었던

이별의 아픔이 제일 처음 밀려 들어

나는 엎드려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 아픔의 기억이 몰아치고 난 뒤,


기억의 테이프가 앞쪽으로 리와인드 될 수록

내 가슴을 뛰게 했던 그 사람의 기억들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막아냈던 기억들 중에

행복했던 기억들이 더 많았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생각하고 생각하고 기억해내고 또 기억해내자.

그렇게 뚜렷히 살려낸 그 사람의 존재는


결국,

더 많은 행복한 기억을 준

내 삶의 축복이었으니까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