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을 잊어 버리기엔 너무 아깝자나요
비가 장대같이 오던날,
누군가 너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너의 이름 세글자를
듣는 순간,
내 심장의 모든 피가
얼굴로 몰려든 듯 붉어졌고,
깊고 깊은
물속에 빠져,
숨막히듯 가슴을 죄는,
느낌을 받았다.
단지, 너의 이름을
듣는 것, 보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내 가슴이 터질듯
북받쳐 오르는 것을 보니,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더 많이
너란 사람을 좋아했었나보다.
너와 함께했던 장소에 가지 않으려 했고,
너와 같이 먹었던 음식도 먹지 않으려 했고,
너와 함께 보았던 모든 사물들을
내 주위에서 치워버렸지만,
어제,
불현듯 차 안을 정리하다
1년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던
너의 작은 핸드폰 액세서리를 발견한 순간,
그동안 마음 속 깊은 구석에
숨겨 놓았던
너에 대한 그리움이
한순간에
폭팔하듯 터져버렸다.
이젠 충분히 너를
멀리 두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많은 날들을 조심스레
너를 잊는 의식들로
버텨왔는데,
이렇게 쉽게 너는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는구나.
그래,
그리움은 어두운 구석에
멀찌감치 숨겨 놓는다고
없어지거나 퇴색되지 않아.
너와의 그 호흡 긴
추억 속 그리움들은
이제 밝은 창가에 놓아두자.
오래오래
무럭무럭 자랄수 있도록 :)
생각해보면
과거는 기억에 존재한다.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과거는 내게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지웠다.
습관적으로 기억을 지우는 일에 1년을 몰두했다.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의 충고를 믿었다.
누군가 그랬지, 시간이 다 해결해 줄꺼라고.
그러나 시간은 영속성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다만 희미하게 실루엣화 시켜 가려 줄 뿐.
그렇게 성공하는 듯 싶었는데,
어느 날 아무렇지도 않게
전혀 마음의 준비도 없던 상태에서,
진짜 작은 기억 하나가 닫혀진 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오자
그간에 의식 속에 억누르던 너의 기억들이 확 젖혀지며
쏟아지는 햇빛처럼 왈칵 쳐들어왔다.
나는 스러지듯
그 기억들을 끌어 안아버렸다.
기억의 테이프 마지막이었던
이별의 아픔이 제일 처음 밀려 들어와
나는 엎드려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 아픔의 기억이 몰아치고 난 뒤,
기억의 테이프가 앞쪽으로 리와인드 될 수록
내 가슴을 뛰게 했던 그 사람의 기억들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막아냈던 기억들 중에
행복했던 기억들이 더 많았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생각하고 생각하고 기억해내고 또 기억해내자.
그렇게 뚜렷히 살려낸 그 사람의 존재는
결국,
더 많은 행복한 기억을 준
내 삶의 축복이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