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야기들이 슬퍼진다.
비오는 여름,
하나의 우산 아래
두런두런 나누었던 너와 나의 목소리.
눈오던 추운 겨울,
꽁꽁 언 손 마주 잡고
호호 불어가며 먹었던 달콤했던 군고구마의 맛.
주변 사람 아랑곳 않고,
큰소리로 깔깔 수다떨며
두세번 리필해서 먹었던 그 카페의 커피 향기.
한 정거장 미리 버스에서 내려,
가로등 불빛 쐬며
걷고 또 걸었던 작은 언덕이 있던 그 동네 길.
세상에서,
너와 나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들.
그때 그랬었지, 하며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
공유된 기억에 대하여
서로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이야기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런 때가 오면,
우리는 '슬프다' 라고 느낀다.
슬프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웃음을 지어보기도 하지만,
결국 입꼬리가 올라갔던 볼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참 쓰기만 하다.
회복해 내지 못할꺼라는 두려움 때문에
기어이 기를 쓰고 빗속을 뛰어보지만,
떨어지는 빗방울 방울마다 너의 목소리가
터져나와 흐르고 있다.
온 우주가 지켜보기만 했던
그 사람과 나만이 아는 이야기가 있었다.
누구와도 이야기 할 수도 없고,
누구와도 공감할 수 없는,
딱 우리 둘 만의 스토리.
그 날, 그녀의 눈빛이 기억난다.
우스운 이야기들로 깔깔대다가
왜 그런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갔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서로 나중에는 어떤 존재로 남게될까?
우리도 언젠간 각자 가야하는 길에 다다르겠지?
어쩔 수 없이 큰 아쉬움을 느끼고
붙잡고 싶지만 서로 존중해주는 성격때문에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다가 어느샌가
각자의 다른 일상에 매몰되어
서로에게 집중된 이 시간에서 흩어지겠지?
그땐 지금 이 즐거운 대화의 나날들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
흠... 너는 어떨 것 같아?"
그러자 좀전까지 쾌활하게 웃던 그녀 얼굴이
순간 정색되 듯 변했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했지만 이내
진지하게 숨이 차올라 살짝 격앙된 목소리로
그녀는 내게 말했다.
"항상... 옆에...있으면...안되나요?"
그렇게
조각조각 말하던 그녀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곤 내 눈을 쳐다보지 못했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을 하고는 말야.
아...괜히 쓸데없는 말을해서 분위기가 묘해졌네...
라는 후회가 들면서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 내 눈을 봐봐.
그리고 울상같은 표정 풀어. 바보같이 왜그래?
우리가 항상 같이 있는 건 당연한거 아냐?
너 존재는 내 인생에서 이젠 너무 당연해.
만약 잠시 떨어지는 일이 생겨도 너무 당연히
그리워할꺼야. 그리고 다시 꼭 만날꺼야.
어떻게 그동안 같이했던
그 이야기들을 잊을 수 있겠니.
우주가 부서져도 너와 나 밖에 모르는
영속의 기억들이 있잖니.
서로의 머리 속에 연결된 그 수많은 이야기들.
너 아니면 다시 꺼내 깔깔거리며 이야기 할 수 없어.
너 아니면 다시 꺼내 고개 끄덕이며 흐뭇해 할 수 없어.
그래서 너는 꼭 당연히 내 옆에 있어야해.
알았지?"
그제서야 그녀는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어쨋든.
오랜 후,
누구의 잘못도, 변심도 없었지만.
잠시 떨어져 있는 것 일거라 생각했던 그 잠시가,
영속의 시간차로 벌어져
같이 공유된 그 기억을 다시는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젠
세상 그 무엇을 갖다 바친다해도
얻어 낼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라는 것에 대해,
통곡하며, 또 통곡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