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J인 큰딸은 어릴 때부터 모범적이고 공부를 잘해서 임원을 도맡아서 하고 믿음도 좋았다. 엄마가 잔소리할 필요가 없이 자기가 뭐든 알아서 착착하는 아이였다.
명문대학을 나오고 석사까지 했으나 26살에 결혼해서 7살, 3살의 자녀가 있다.
얼마나 아이들 둘을 사랑과 헌신으로 양육하는지 엄마인 내가 봐도 신기하다.
첫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았는데 수술하고 이틀 후부터 모유수유를 한다고 했다. 수술 자국이 엄청 아플 텐데 잘 빨지도 못하는 아기를 몇 시간씩 안고 끙끙대며 애를 쓰는 모습을 봤다.
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저런 게 진짜 모성애구나...'
항상 동생들에게 든든한 언니 역할을 너무 잘해줘서 고맙고 든든하고 짠하다.
ENFP인 둘째 딸은 어릴 때부터 친구 좋아하고 엉뚱한 면이 많았다. 모든 것에 철두철미한 언니에 비해 천방지축이어서 아빠는 좀 못마땅해했다.
빅뱅의 광팬이었던 딸은 콘서트 표를 구한다고 컴퓨터 앞에 살았고 지드래곤과 결혼할 거라고 했다.
난 그런 둘째가 귀여웠다.
성격 좋은 둘째는 항상 친구들을 몰고 다녔다.
중3 때 갑자기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다.
어린 데 부모를 떠나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 걱정은 되었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겠다는 딸을 막을 수는 없었다.
미국에 사는 둘째 고모네서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치어리더, 콰이어를 열심히 했고 미국 친구들도 많았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서 한국음식을 잔뜩 만들어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나눠 먹었다.
대학 졸업을 하고 한국에 와서 몇 달 신나게 놀더니 회사에 취직을 해서 잘 다니고 있다. 게다가 신학대학원에 다니는 2살 연하 남자 친구도 생겼다.
ESFP였다가 INFP가 된 막내딸
늦둥이로 태어나서 모든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2000년 밀레니엄 베이비여서인지 자기주장이 강하고 하기 싫은 건 절대 안 했다.
나이가 들어서 낳은 딸이라 모든 게 버거웠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하지만 속이 깊은 아이였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도 뛰어났다.엄마가 아프면 직접 음식을 만들어 침대에 가져다 주고 위로의 카드도 써주곤 했다.
춤추는 걸 좋아하고 재능도 뛰어났다. 고등학교 때는 댄스부에 들어가 주말마다 다른 학교 축제에 참여하는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 집에 친구들이 놀러 오면 언니들은 엄청 시끄럽고 기가 센 아이들을 피해 방에서 나오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러던 막내딸이 부모가 이혼을 하자 갑자기 큰언니가 있는 중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했다. 기도하고 응답을 받았다고..
막내가 중국으로 간다니 친구들이 엄청 서운해하며 선물과 카드로 방안이 꽉 찰 정도였다.
중국에 가서는 눈에 불이 나게 공부해서 반에서 1등을 했다.
놀라서 전화를 건 내게 '하나님께서 공부를 열심히 할 마음을 주셨어'라고 해서 둘 다 펑펑 울었었다.
같은 부모한테서 태어났지만 세 명의 딸은 다 아롱이다롱이이다.
7년 전 이혼의 상처 때문에 아이들의 성향이 조금씩 변했다. 밝고 명랑하던 아이들이 우울하고 말수도 줄고 예민해졌다. 엄마로서 자식들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바늘로 가슴을 콕콕 찌르듯이 아팠다.좋은 엄마가 되려고 그렇게 노력했었는데 결국은 내가 가장 큰 상처를 준 셈이니...
2년 전 내가 암수술을 하고 다 같이 만나고 아직까지 못 본 상태이다.
많이 그립고 죄책감에 가슴이 타들어가고 숨이 막힐 듯 슬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상담사로서 내담자들의 힘든 마음을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면서 정작 내 자식들의 마음은 안아주고 보듬어 주지를 못하고 있으니...
딸들에게 엄마의 재혼을 받아들인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테고 그래서 마음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다시 연락을 하게 되고 그 사이 아이들이 영적으로 성숙해졌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나와 못 보는 사이에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을 키우셨구나...'
나도 그 사이에 좀 더 성숙하고 사랑이 많은 엄마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사랑은 내 안에 채워져야 흘려보낼 수 있나 보다.
남편에게 따뜻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받아 보니 알게 되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하는 존재에게 어떻게 해주는 게 진짜 사랑인지.
이 나이가 돼서야 알게 되었다.
자신의 결핍이 크면 타인의 아픔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결국 자기중심적인 존재이기에..
이젠 더 사랑을 줄 수 있는 엄마가 된 것이다.
이틀 후면 드디어 딸들을 만난다!!
딸들 교회에서 부흥회를 한다고 해서 내가 가도 되냐니까 셋다 오라고 했다.
그 교회가 우리 집에서 12km 거리에 있다.
이런 날이 오길 얼마나 간절히 바랐었던가!
하나님은 때가 되면 이루어주시는 분이시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너무 기쁘고 설레이고 그러면서 걱정도 된다.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2년 동안 있었던 일들, 전하지 못했던 마음들.. 과연 인간의 언어로 얼마나 전할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