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꿈

꿈보다 해몽

by 에밀리H

삼십 넘게 살면서 장래희망도 많았고, 하고 싶은 거, 되고 싶은 거, 배우고 싶은 거 등이 너무도 많았다.


희망은 말 그대로 돈 안 드는 상상에 지나지 않지만 너무 간절해지면 나도 모르게 꿈까지 꾸게 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깊게 잠을 자지 못했다. 그래서 늘 꿈을 꿨다. 대부분은 개꿈이었지만, 현실에서 완벽하게 이루지 못한 순간들을 계속 생각하다가 꿈으로 이어지는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늘 구분이 안 되는 꿈 때문에 헷갈리기도 하고 피곤함이 지속되어 몸이 찌뿌둥한 날이 태반이었다.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조상님이 꿈속에 나타나서 유효한 숫자 여섯 개를 불러주신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한다. 나도 돌아가신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가 꿈속에 나올 때면 늘 긴장을 했다. 기억에 남는 숫자를 불러주신 적은 없지만, 꿈보다 해몽이라고 일어나자마자 괜히 꿈풀이 어플을 켜서 확인했다.


100% 나의 모든 상황에 맞는 꿈도 없고 완벽하게 맞는 해석도 없지만, 나름 몇몇 개는 소름 끼치는 우연의 일치를 보인적이 있어서 약간 조상꿈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로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꿈속에서라도 만난 것에 기쁨을 느끼지는 못할망정 해석에만 치중하는 나의 이기적인 마음이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쥐구멍을 미리 알고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반면에 꿈에 엄마가 나오는 순간에는 엄마가 아픈 사람인지 아니면 아프지 않은지를 먼저 살펴봤고, 오래 키우던 강아지가 나오면 실제로 혀로 핥으면서 깨워주던 때를 떠올리다 잠에서 깼다.


엄마가 꿈에서도 아프면 난 소극적으로 행동했다.


뭔가 꿈에서조차 아픈 엄마로 나타나는 것이 낯설었던 것도 있지만, 아픈 상태로 있으면 내가 옆에서 계속 돌봐줘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느껴졌다. 어렵게 꿈에서 만났는데 꿈속에서 또다시 이별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나는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꿈에서라도 다시는 고통받고 싶지 않아서 나는 아픈 엄마의 모습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점점 해를 거듭할수록 엄마와의 추억이 살 발라 먹은 생선처럼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그래서 이제는 꿈에서 엄마를 만나면 뭘 하게 될지도 의문이고, 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만 지나면 엄마와 함께 있었던 시간보다 엄마 없이 산 시간이 더 많아지게 돼서 그런지 요즘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은데도 꿈에 잘 나타나지도 않는다.


현실에서 안되면 꿈에서라도 남들처럼 내가 번 돈으로 해외여행도 같이 가고, 엄마가 좋아하는 영화, 뮤지컬 등의 문화생활 데이트도 즐기고, 화장품도 공유하고, 카페도 가고, 수도 다도 떨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좌절감마저 느껴졌다.


내가 실제로 몇 년 동안 잘 다닌 회사를 퇴사를 하고 3개월 동안 유럽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 바다와 예쁜 예배당,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 아빠와 함께 오지 못해서 아쉬웠고, 맛있는 음식을 보면 언니가 생각났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외로움과 그리움의 원천은 그냥 내가 외국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엄마가 엄청 떠오른다는 사실이었다. 해외여행 한 번도 못 가본 엄마를 안타깝게 여긴 아빠는 엄마의 재를 바다에 뿌렸는데, 꿈속에서라도 엄마를 만나면 10년 넘게 지구 곳곳의 여행을 잘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고 또 유럽에 있는 나와 함께 했는지도 궁금했다. 나는 개신교이기 때문에 십자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지는 않았지만 유럽에서 방문하는 교회마다 촛불 봉헌을 하고 기도를 드렸다. 꿈속에서라도 엄마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달라고.


내가 엄마의 죽음은 확실하게 인지하는 편인데 우리 집 강아지와는 너무 급작스럽게 이별을 하는 바람에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깨어나고 나서 실제로 내 옆에 강아지가 없다는 생각과 더불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울면서 일어난 적이 더러 있다.


엄마, 아빠나 언니랑 비교했을 때 나와 함께 했던 시간이 많았고 덕분에 심심하지도 않았고 외롭지 않게 컸다. 강아지 산책을 핑계로 한번 더 밖에 나갈 수 있었고 동생이 없는 나에게 누군가를 챙겨주는 것에 대한 기쁨을 알게 해 줬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정서적 외로움을 느낄 때면 꿈속에서 다가와 나와 함께 놀아줬다.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모습 그대로 나와 함께 뛰어놀았다. 하지만 꿈에서 나는 여전히 무지한 보호자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에 강아지에게 미안함만 커져갔다.


가끔 현실에서 아빠가 대책 없이 대형견을 키우자는 말을 꺼내기라도 하면 나는 극강의 거부감을 표시했다. 사실 애완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온기와 애정 등과 같은 것들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다. 하지만 가끔 인간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훈련시키고 불필요한 애정을 쏟아붓는 일이 많기 때문에 키우면 키울수록 미안함만 커져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상 미안해할 일을 만들지 말라고 격정적으로 거부했다.


그냥 보면 좋고 귀엽고 안아주고 싶지만 꿈처럼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꿈에서처럼 건강하고 자유롭게 잘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차피 길고 깊게 못 자는 거 일부로라도 누워있는 시간을 줄일 법도 한데, 나는 꿈에서라도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미련을 못 버리고 길게 누워있는 걸 선택한다.


익숙한 장소, 익숙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함께 대화를 나누고 무언가를 한다. 꿈에서는 외국인들과 대화도 서슴없이 하고 겁도 없이 과감하게 행동할 때도 많다. 엄청 즐겁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불행할 것도 없으니 내가 꾸는 꿈은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된다.


그만큼 꿈은 나만 볼 수 있는 세상이고 모든 희로애락을 녹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끝까지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을 꿈에서 전지전능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꿈은 어디까지나 꿈이다. 화를 낼 때도 있고 낯선 이들과 경쟁을 하고 심지어 치고받고 싸울 때도 있다.


그래도 달콤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뒤끝에 향기를 남기는 초콜릿 같은 꿈을 꾸기 위해 난 큰 기대를 걸고 잠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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