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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길을 걷다>

- 이승기

by 차돌


나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빈틈이 많고 부족하고
세상이 그저 너무 어렵고 무섭기만 해
숱한 관계 속에서 울고 또 웃고
이젠 알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순간 모든 게 많이 낯설고
주저앉게 돼
선택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조금은 내려놓고 싶기도 하고
흔들리는 마음 기댈 곳이 없어도
후회 않으려 해 견뎌보려 해
이 모든 걸 내 모든 걸
이 모든 걸 내 모든 걸

나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분명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저 마음을 닫고 있을 뿐이고

가장 쉬운 일마저 아직 어려워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길일까

매일 또 매일 의심 속에서 걸어가곤 해

선택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조금은 내려놓고 싶기도 하고

흔들리는 마음 기댈 곳이 없어도

후회 않으려 해 견뎌보려 해

이 모든 걸 내 모든 걸

이 모든 걸 내 모든 걸


나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모르는 것들 투성이고

어렵긴 해도 내 길을 걸어가 보려고 해



남자들은 평생 철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평생을 살아보진 않았으나 어쨌든 남자이므로 어떤 의미에서 나오는 소리인지는 대강 짐작이 간다. 보다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이 철딱서니 없이 구는 경우가 많다는 걸 부정해 봤자 자존심만 앞세우는 못난 놈 소리나 들을 뿐이겠지.


'Boys be ambitious'의 시대는 갔다. 소년들이 야망과 같은 단순하고 직선적인 포부만으로 세상에 뛰어들기에 세상은 보다 섬세해지고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야망으로 들끓던 사내들이 MZ 앞에서는 한낱 '꼰대'가 되기 십상인 세상 아닌가.


서두가 좀 거창했나. 이 역시 마음속에 아직 '소년'이 자리 잡은 청년의 철 덜든 생각이다 보니 그런 것이므로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남자들이란 일평생 소년의 티를 벗기 위해 어른인 척하면서도 실은 소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존재들이 아닐까 한다.




<소년, 길을걷다>는 이승기의 노래이기에 들을수록 마음에 더 와닿는 노래다. 공교롭게도 근래에 가수 본인이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기에 다시 들을 만한 곡이 아닌가 한다.


반듯하면서도 어딘가 허당끼 넘치고, 다재다능하면서도 왠지 겸손한 이미지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연예인. 그런데 그도 사람이었다. 대중들은 알려진 연예계 소식을 통해 짐작할 뿐이다. 그들 또한 충분히 실수할 수 있고 넘어질 수 있다는 걸.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삶의 굴레는 화려한 조명 아래 그들 또한 짊어지고 있다는 걸.




알 것 같으면서도 순간순간 모든 게 낯설고, 선택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어 조금은 내려놓고 싶은 마음. 남들에게 얼마나 잘 감출 수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누구나 살면서 숱하게 겪는 감정이 아닐까. 이를 견뎌내며 살아가다 이제는 분명 강해졌다고 생각했을 무렵, 실은 그저 마음 닫고 있었음을 깨달았을 때의 혼란스러움까지도.


2020년 말에 발표된 앨범 <The Project>의 수록곡 <소년, 길을걷다>는 2022년 말의 이승기 본인에게도 다시 한번 의미를 준 곡이었을 테다. 아차,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던데. 그는 충분히 감당하고 견뎌내고 있으니, 노래를 들으며 내 안의 소년이나 한 번 더 위로해 줘야겠다. 매일 또 매일이 의심일 지라도 걸어가다 보면 그게 내 길이겠지.


* 이 곡의 작사, 작곡, 편곡 모두는 넬의 김종완이 담당했다고 한다. '어쩐지...'라는 생각이 들 만하다.


https://youtu.be/C1CfuW4Qcq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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