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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Sep 08. 2023

탕후루와 제로코크

극과 극은 통한다?



  아니 저게 왜 저렇게 인기지?


  탕후루 가게에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며 나와 친구는 입을 모아 말했다. 내 주위에선 탕후루의 열풍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단 이들이 많은 편이다. 인터넷을 봐도 설탕 범벅인 음식이 몸에 좋겠냐며 우려를 표하는 의견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너무 완고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지인들이 탕후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나이나 취향 탓일 수도 있을 거고, 판매/소비 당사자처럼 이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걱정을 표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분명한 건 인플루언서, 유튜버들을 필두로 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탕후루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편에선 제로 칼로리 음료 열풍이다.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이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진열장을 차지하는 제로 음료의 수는 늘어만 왔다. 웰빙 열풍이야 오래됐지만, 식음료 시장의 트렌드를 좌우하는 젊은 세대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때 탕후루 세대(?)가 제로 음료 역시 왕성하게 소비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참으로 희한하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처럼 대립적인 식문화가 동시에 열풍인 현상이 독특하게 느껴져서다. 가히 칼로리 폭탄이라고 할 만한 탕후루와, 칼로리 제로에 수렴하려고 설탕을 쏙 뺀 제로 음료가 같은 시대를 지배하고 있다니.


  어중간한 건 주목받기 힘든 세상이라 그렇지 않을까?  릴스, 쇼츠, 틱톡 등 각종 숏폼 콘텐츠의 전성시대인 동시에 3시간이 훌쩍 넘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진 요즘이다. 아주 짧거나, 혹은 아주 길거나. 분량이 애매한 미디어 콘텐츠보다는 짧든 길든 임팩트 확실한 게 유행이다. 설탕도 그런가 보다. 엄청 넣거나, 아예 빼거나.


  한 손에는 탕후루를, 한 손에는 제로 음료를 든 사람들. 플러스 마이너스 하면 결국 적정 칼로리가 맞춰지려나? 어쩌면 우리는 또 다른 극단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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