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버스를 지하철보다 선호하는 이유

불확실한 삶을 닮았다

by 차돌


버스를 지하철보다 선호한다. 정확성으로 치자면 지하철이 단연 앞서겠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창 밖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 외진 곳까지의 접근성이 낫다는 점과 같은 일반적인 비교우위 말고도 내가 생각하는 버스의 장점이 하나 있다. 바로 '불확실성'이다.






지도, 교통 앱의 발달로 어디서든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세상이다. 게다가 휴대폰, 정류장 전광판을 통해 버스의 도착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이쯤 되면 버스의 정확성 역시 지하철 못지않다고 여길 만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버스는 때때로 불확실하다. 정말 꼼꼼하게 정거장의 위치와 실시간 배차 정보를 확인하지 않는 한 우리는 보통 정거장에서 10여 분을 기다리고, 내릴 곳을 수시로 돌아보곤 한다. 자주 다니는 코스가 아닌 이상 버스를 타는 일이 지하철에 비해 번거롭고 불확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foliage-4514886_1280.jpg




그래서 나는 버스를 좋아한다. 목적지로 가기까지의 다소 투박한 과정이야말로 삶의 불확실성을 닮았다고 보는 것이다. 누군가는 보다 확실한 지하철을, 완벽한 삶을 선호할지 몰라도 적어도 내 선호는 그 반대란 말이다.


지하철과 달리 버스를 탈 때 겪는 기사님과의 만남 또한 내가 생각하는 불확실성의 범주 안에 있다. 어떤 기사님은 가벼운 목례를, 또 어떤 기사님은 '안녕하세요/어서오세요' 인사말을 건네오는 버스 탑승의 순간. 완벽한 기계음과 차가운 스크린 도어, 기계적인 안내음뿐인 지하철에 몸을 실을 때와는 다른 인간미를 버스에서 느낀다.


물론 아무런 인사 없는 기사님들도 많지만 내 생각엔 그 또한 인간미의 하나다. 그저 묵묵히 일하는 중인 직업인에게 인사 서비스마저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여길 때 비로소 드물게 주고받는 밝은 인사가 더욱 빛나는 법이니까.


bus-1263266_1280.jpg




주거지의 변화로 인해 지하철보다 버스를 탈 일이 많아졌다. 미리 예상했고, 충분히 고려한 사항이다. 전에 없이 광역 버스를 탈 일도 늘었는데, 고속버스 같은 그 승차감과 정거장 사이의 길고 긴 거리에 종종 여행하는 기분마저 느낀다.


해가 갈수록 삶에 확실한 건 드물다고 느낀다. 무심코 바라본 버스 창 밖의 풍경은 완연한 가을이다. 여러모로 불확실한 버스지만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 같다.


road-3309094_1280.jpg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