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돌 Oct 27. 2023

새삼스럽지 않은 풍경

새삼 이야기하는 새삼스러움에 대하여



- 지하철에서 휴대폰 보느라 고개 숙인 사람들

- 거짓말이 들통나도 큰소리치는 정치인

- 종신형으로도 부족해 보이는데 고작 몇 년 형 받는 흉악범

- 깜빡이 안 켜고 갑자기 끼어드는 자동차

- 느닷없이 터져 나오는 연예인 마약 기사

- 해외 어느 국가의 분쟁 혹은 전쟁 소식

.

.

.

 



  며칠 전 지하철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단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어제는 운전 중에 난폭운전자의 횡포를 겪고 피하는 게 상책이다 싶어 자리를 얼른 벗어났다. 오랜만에 뉴스를 틀었더니 온갖 자극적인 보도로 머리가 지끈지끈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결코 새삼스럽지 않았다.


  이래서 나이 들수록 세상사에 무뎌진다고 하나 싶을 때가 많다(벌써...?).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열을 올렸던 일을 다시 겪으면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마는 거다. 그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든, 사회 이슈에 대한 반응이든 마찬가지다. 누군가 때때로 '세상에 이게 말이 되냐'며 열을 올릴 때면 나는 속으로 생각하곤 한다. '새삼스럽지도 않은데요 뭘~'





  시대는 급변하고, 사람들은 변한다. 예전엔 당연하지 않던 것들이 어느새 당연해졌고, 당연했던 것들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새삼스럽던 풍경이 더는 새삼스럽지 않은 느낌이야말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외에도 누구나 예로 들만한 새삼스럽지 않은 풍경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를 역으로 적용해 볼 수도 있겠다. 지금은 몹시 새삼스러운 일들도 언젠간 지극히 당연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아주 비상식적인 경우(그마저도 단언할 순 없겠지만)가 아니라면 현재의 기준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기 어려우므로, 어제도 오늘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앞세우며 새삼스럽지도 않게 분열하고 대립한다.




  새삼스러울 일이 뭐 있겠는가. 남이 뭘 하든, 세상이 어떻든 호들갑 떨기보다는 단지 나의 내면이 충만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무슨 노인네 같은 소리냐고 묻거든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새삼스럽지도 않은데요 뭘~


  체념이나 허무를 말하고자 함은 아니었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이들과 부대끼며 사느라 하루하루 놀란 가슴 쓸어내리는 분들이 있다면 부디 덜 놀라길 바라는 마음이랄까. 나 역시 오늘도, 내일도, 새삼스럽지 않은 풍경 앞에 평화로울 수 있길 바란다.




  



이전 01화 버스를 지하철보다 선호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