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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여유 Aug 28. 2023

술? 절대 안 마셔요...

우즈베키스탄의 종교는 이슬람교 88% (수니파 70%)의 강한 이슬람 국가이다. 술을 자주 즐기지는 않지만 가끔은 술을 곁들이는 것을 좋아하기에 타슈켄트의 생활은 밖에서 술을 먹기도 힘들고 술집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중앙아시아는 내게 미지의 세계였고 우즈베키스탄은 정보를 취득하기도 매우 어려웠기에 음주 문화는 힘들 것이라 단정 짓고 이곳 생활이 약간은 지루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레스토랑이 아니면 실제로 일반 식당에서 주류를 파는 일은 거의 없고 일반 마트에서도 판매하지 않는다. 술을 사기 위해서는 주류 판매점으로 가야 하며 술과 음식을 함께 즐기기 위해서는 해당 음식점이 술을 판매하는 곳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주류 판매점은 흔히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의 보드카와 코냑, 맥주를 판매하는데 무슬림 사회지만 우즈베키스탄은 다양한 맥주가 생산되고 맥주 맛도 꽤 맛있다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게다가 와인 제조 기술은 떨어지지만 포도의 품질이 좋아 와인이 저렴하면서 맛도 아주 좋은 편이다.


타슈켄트 주류 판매점




이곳은 전통적으로 차(茶) 소비국이지만 최근 인구증가와 해외문화 유입의 영향으로 다양한 음료와 커피 등의 소비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들었다.


우리 동네는 러시아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에 영국인이 운영한다고 소문이 파다한 아이리쉬 펍(Irish Pub)이 있고 종종 맥주 한 잔을 하기 위해 가는 데 빈 자리가 없을 만큼 장사가 잘 된다. 타슈켄트에 맥주를 파는 전문점은 아이리쉬펍이 유일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지내면서 꽤 여러 군데 독일 맥주 생산하는 곳, 체코 맥주를 생산해서 파는 술집 등이 있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아이리쉬 펍(Irish Pub)


"세상에나, 타슈켄트에 맥주공장이 있다니...!"


우리가 찾아간 맥주공장은 드럼통에서 숙성 중인 맥주가 총 140톤이고 하루 5톤이 생산되며 수제 맥주의 종류는 15가지였다. 우리는 샘플러를 주문해서 15가지 종류의 맥주를 마셨는데 각각의 맥주가 독특한 맛과 향과 색을 가진 맛있는 수제 맥주들이었다.


하루 5톤의 맥주는 맥주공장(이곳에서도 술을 팜)에서 소비되거나 타슈켄트 곳곳으로 배달이 된다고 한다. 일단 우리는 무슬림 국가에 꽤 큰 규모의 맥주공장이 있으며 날마다 5톤의 맥주가 소비된다는 점이 놀랍고 재미있었다.


우리는 낮술을 하기 위해 이른 시간에 맥주 공장에 갔는데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주인은 이 넓은 매장은 모두 예약이  돼었으니 오래 있을 수 없다며 빨리 마시고 가길 바라는 눈치였다. 어림잡아 좌석이 백 개도 넘어 보이는 데 몽땅 예약이 됐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두어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고 우리가 꽤 많은 양의 술을 마셨을 때는 테이블이 거의 다 찬 상태였다.


타슈켄트 맥주 공장


매장이 매우 넓은 주류 판매점에 내가 즐겨하는 맥주를 사러 갈 때면 품절된 경우가 종종 있어 못 사고 엉뚱한 것을 집어오는 경우가 꽤 있다. 금주 생활을 하는 무슬림 사회에서 이 많은 맥주 소비는 과연 누가 하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일어난다.




"술은 절대 안 마셔요...!"


"술은 감춰진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술로 인한 용기는 정당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마시지 않아요."


투어 상품 여행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된 무슬림인 가이드 분께 슬쩍 술을 마시냐고 권한 내게 깜짝 놀라며 무슬림은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술로 인한 용기로 당당하게 고백하기도 하고, 속마음을 진솔하게 털어놓기도 하는 것이 술이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진정 용기 있는 행동은 술을 마시지 않고 깨어있는 정신으로 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비겁하게 술의 힘을 빌어 내 마음을 보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했다. 




타슈켄트에 몇 달 거주하게 되면서 아지즈라는 대학생을 알게 되었는데 이 친구는 자신이 소유한 차로 가이드를 해 주며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지즈에게 가이드를 받으며 종종 근교 여행을 하게 되면 함께 식사를 하게 되는데 자신은 무슬림이기 때문에 술은 절대 마시지 않으며 마셔 본 적도 없다고 늘 단호하게 말하는 친구이다.


아지즈와 꽤 친해져 가이드가 아니라도 가끔 동네에서 밥 한 끼 같이 하는 친구가 되었다. 어느 날, 저녁 9시쯤 아지즈에게 전화가 왔다. 한국인 친구를 알게 돼서 고맙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이 친구의 목소리가 영 이상했다.


"혹시 아지즈 술 마셨어요? 목소리가 좀 이상해요."


"술요? 맥주 마셨어요. 여긴 집이거든요..."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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