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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여유 Jun 28. 2023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열아홉 살 겨울이었다. 

대학 입시 결과를 기다리며 엄마가 즐겨보시던 광고로 가득한 주부잡지를 가볍게 뒤적이고 있었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차에 다이어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제로 글을 쓰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가 있는 것을 발견하곤 다이어트를 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를 솔직하게 적어 보낸 글이 당선이 됐다. 무려 1등에 뽑혀 생각지도 못한 괌으로 4박 5일의 첫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다. 오래전 일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스무 살이 되던, 

1월 2일 오전 9시 10분 인천 출발 대한항공은  


나의 첫 비행기 탑승이었고,

나의 첫 해외여행의 출발이었다.


걱정 많으신 부모님은 혼자는 절대 보낼 수 없다고 하셨지만 호락호락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하기에는 나도 훌쩍 커버렸다. 나는 새벽에 몰래 도망치듯 몇 가지의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갔다. 한겨울의 두꺼운 패딩을 입고 운동화 차림으로 어딘지 모르는 '괌'이라는 낯선 곳으로 향했다. 걱정도 되었지만 그때는 호기심이 더 컸기에 나름대로 큰 용기를 냈던 것 같다. 떨리는 마음으로 입국 심사를 하고 수화물을 찾고 나오자마자 어디선가 낯선 이가 말을 걸어왔다.


"Do you speak english?"

"N~~~ o!"


그 당시는 외국인을 보기 드물었던 시대였다. 나는 나를 픽업하러 와줄 분을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고,  불편해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낯선 원주민 남자는 영어로 자꾸 말을 걸어왔다. 


여행지에서 느낀 첫인상,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과의 만남, 홀로 떠난 첫 해외여행지에서의 그 모든 첫 경험들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본 황홀했던 첫 느낌처럼 아주 강렬하게 다가왔다.


나를 매혹시켰던 에메랄드빛 바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 같다. 나의 여행에 대한 집착(?)이... 괌이 첫 해외여행이었고, 그 후 이집트, 네덜란드, 그리스, 터키를 다녀온 것이 나의 대학 시절 두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낯선 곳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너무 즐거워 아르바이트하고 모은 돈으로 졸업 전까지 열심히 다녔고, 그 후로부터 쭉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의 여행은 멈추지 않았다. 일을 하고 한국에서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틈틈이 미친 듯 여행을 다녔고, 어느 순간 더는 여행이 아닌 해외살이를 꿈꾸게 됐었다.


남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삶을 살아온 나는, 이른 은퇴를 꿈꿨고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삶을 살고 싶었다. 아무튼 그러했다. 오래전부터 은퇴 후 제주살이를 꿈꿨던 나는 제일 먼저 제주에서 두 달 살이를 시작했다. 여행지로써의 제주는 아름답고 좋았으나 정착하기에는 섬이 주는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서울을 떠나 낯선 곳에서 살아보고 싶었던 나는 부산, 안동, 속초, 포항 등 국내 여기저기 살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소하게 여행인지 제2의 정착지인지를 찾아 헤매다가 갑작스럽게 생각지도 못한 해외살이를 할  기회가 생겼다. 사실 그즈음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포르투갈까지 3개월, 터키 3개월, 이탈리아 3개월 등 그 후 일정은 귀국을 언제 할지도 계획 없이 나름 긴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고 바르셀로나 발권과 숙소까지 모두 예약해 둔 상태였다.




다시 말해, 곧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주변 정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해외거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곳은 전혀 관심에 없었던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많은 고민을 했다.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고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딱히 쓸만한 정보는 부족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주어진 기회를 만끽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예약해 두었던 숙소와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는 취소했다.  그렇게 뜻밖의 곳에 오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곳을 다녔지만 중앙아시아는 여행 목록 한 켠에도 없었다. 구소련 국가이기에 폐쇄적이었던 이유도 있고 미술관이나 박물관 혹은 유적지를 좋아하는 내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곳 우즈베키스탄까지 결정하고 오는 데 딱 12일이 걸렸다.  '이런 상황이 말이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인생은 항상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듯이 나는 이곳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당분간 생활하게 되었다. 설렘과 걱정을 가득 안고 우즈베크댁으로서의 하루하루를 살아보려 한다. 


즐겁게...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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