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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 MeMo Apr 12. 2019

대낮부터 새벽까지

이말 저말 in 여러장소


 어째서 이렇게 집에서는 집중을 못하고 다른 짓거리를 하는 ! 아마 지금도 글쓰기와 검색을 동시에 하고 있는 이놈의 산만함 때문이리라. 이 정도면 거의 주의력결핍 장애의 영역에 들어서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대학생이라고 나를 소개할 수 있던 시절에는 제네럴리스트라는 개념이 이상적인 인간상이었다. 여러 가지를 두루두루 잘하고 멀티태스킹이 잘 되는 사람을 그렇게 불렀는데, 몇 년이 지나고 나니까 다시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이곳저곳에서 떠들어 대는 것을 듣게 되었다. 대체 어쩌라는 건지.


 집을 나서기 전 계획하고 나왔던 일들의 반도 끝마치지 못하고 있다. 찔끔찔끔찔끔... 한 가지씩 툭툭 건드리다가 ‘ 아, 오늘 끝날 일이 아니었구나'하고 다음 일로 넘어가는데, 세 번 정도 그러니까 이제 좀 자괴감이 든다. 어찌 이리 인생이 산만할까. 뭐하나 집어서 휙 버리면 그만 일 텐데 아무것도 놓지 못하고 살고 있다. 집착인걸 알면서도 빠져나갈까 아까워 잡은 손의 손가락 사이를 벌리지 못한다. 

 

 몇 년간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들이 있다. 억울한 말, 마음, 화, 그리움들. 이 모든 것들도 집착이 이뤄낸 결과라고 들여다보지만 겁이 많아 버리지 못한다. 모두 내 잘못으로 인정할 정도로 자아 성찰이 되지도 못했고. 과연 자기 비하와 내적 성숙의 균형은 어느 쯤에 자리 잡고 있을까.


 요즘은 먼지털이를 자주 쓴다. 아무리 털어도 금방 키보드나 모니터 위에 먼지가 쌓인다. 왜 그런가 했더니 창틀에 먼지가 무지하게 쌓여있다. 이층침대 프레임에 가려져서 좀처럼 신경쓰지 못했더니 그동안의 미세먼지 경보일수 만큼은 확실히 쌓인것 같다. 아...이걸 치우려면 모니터를 들어내고 책상위로 올라가야 한다. 새벽 한시에 고난이도의 청소를 계획하려니 뭔가 절망적이다. 하지만 이걸 해내지 않으면 내 먼지와의 싸움은 항상 악순환이겠지...술담배를 계속하고 고기를 삼시세끼 먹고 운동은 안하면서 건강을 챙긴다고 보조제를 처묵처묵 하면서 '이제 나아지겠지'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이번주 내로 한번 닦아내야지.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고 결정하고 사고의 프로세스를 조립해 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을 지금 굉장히 오랜만에 하고 있다. 인간은 정말 몸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다. 피곤함이 지금 내 메인 CPU다. 이와중에 개인 작업과 읽을 책들, 지인들과의 약속은 점점 뒤로 밀려간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손가락이 생각없는 활자를 써내려가고 있는데, 이 시간이 정말 착잡하면서도 자유롭다. 


오늘은 시원한 바람과 따가운 햇빛이 번갈아가며 인사하던 1년에 몇 없을 좋은 날이었다. 모든 여름날이 오늘만 같다면 난 어느 밖에도 가지 않으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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