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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생이 Jun 16. 2024

당신만 모르는 3개월 적응의 법칙

사랑도 사람도 공간도 그리고 운동도


이제는 내가 내 몸이 변하는 게 좋아서 운동을 하게 된다.
여기에 '안착'하기 까지, 말 그대로 '안전하게 착지'하기까지,
많은 순간을 넘어졌다. 실패했고, 괴로웠고, 고통스러웠다.



ㅡ사랑

나는 연애를 시작하면 3개월을 지속하기 힘들었다.

묘하게 100일만 다가오면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나 나의 짝은 없는 걸까, 이 사람도 아닌가, 나의 기준을 넘지 못하는 것인가, 사람을 잘못 본 걸까.

 내가 잘못 판단했다며 이런 사람과 시작을 말았어야 했는데.. 관계를 정리하기 일쑤였다.

어느 정도 만나다 보면 항상 싸우거나 실망하거나 속상한 일이 생겼기 때문에, 마치 정말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데이터를 분석할 만큼 여러 명을 만나지 않았다면, 패턴이 보이지 않아 항상 남탓만 하다가 연애 생활을 끝냈을지 모른다. 다행히도(?) 분석이 가능할만큼의 데이터가 쌓였고,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ㅡ사람

중국 교환학생을 갔을 때였다.

첫 3개월은 이미 형성된 유학생 무리에 끼지 못하고 겉돌았다. 4개월쯤 되자 중국인 친구도 생기고 중국 생활에 익숙해지며 괴로운 나날들이 조금씩 괜찮아졌다.


ㅡ공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을 때,

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넓어졌다. 쓸데 없이 넓은 공간은 텅 비어 고요했고, 고요함은 고독했다. ‘혼자 사는 데 넓은 집이 필요할까?’ 회의주의자가 되었다. 내게 필요한 공간은 고작 한 평 남짓의 한 구석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지금은 어떨까? 사람들을 초대해 포트럭 파티를 열고,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


ㅡ사랑과 사람

평생을 다른 환경에서 자라오던 두 사람이 만나 관계와 취향을 알아가고 함께한다는 것은

포기

타협

선택

과 같은 일련의 적응 과정을 거치며 서로 맞춰간다는 것, 그 과정을 위한 시간을 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나는 그런 시간을 내지도 않으면서, 처음부터 꼭 맞기를 기대했다. 적응 시간을 갖지 않고, 이 사람과 나는 맞지 않는다고 헤어짐을 택했던 것이다.


음료수 뚜껑도 돌려야 꼭 맞는다.

애초에 홈이 어디인지 잘 맞추어 얹어야 하며, 이리저리 대보고 딱 맞는 곳을 찾아 그 때 돌려야 한다. 때를 놓치면 홈에 맞지 않게 잠겨 빈틈이 생긴다.

나의 모든 첫 3개월이 그랬다.


내 몸도 알고 어른들도 알고 사람들도 아는데 나만 몰랐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고, 이상하게 평소 같지 않고 붕 떠 있는 것 같고, 내가 있어야할 곳이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냥 내 기분이 변했거나 그날따라 기분이 이상한 게 아니었다. ‘적응기’을 거치며 내 감정 에너지를 평소보다 많이 사용하는 환경에 처해있었던 것이다.


ㅡ난 창문을 열고 배구를 해

적응은 엄청나게 능동적인 활동이다.

마음을 활짝 열고 받아들여야 한다. 운동을 배울 때도 그렇다. 나는 배구를 할 때마다 창문을 활짝 열고 가슴을 펴는 장면을 머릿 속으로 그린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남들이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귓등으로 듣게 된다.


내가 인성이 쓰레기라서 그럴까?

그걸 기대했다면 아쉽지만 내 인성이 그 정도는 아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사람은 누구나 나를 지적하는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본능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선사시대 원시인과는 다르다.

더 우월하고 멋진 뇌를 가진 현대인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똑같은 뇌를 가졌지만, 환경이 원시인과 다를 뿐이다. 그래서 창문을 여는 것처럼 마음을 활짝 연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걸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고, 마치 내 가족의 말처럼 의미있게 여기고 생각하느냐가 운동 실력도 결정짓는다.


ㅡ배구 동호회 A이야기

최근 우리 배구 동호회에 들어온 A는 좋은 피지컬로 눈길을 끌었다. 크롭티 아래로 보이는 복근은 그의 운동 경력을 증명해주었다.


문제는 그 피지컬을 가지고도, 몇 개월째 공을 날려 배구가 아니라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들이 하는 말은 ’적‘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코치님도 A에게 얘기 하는 것을 껄끄러워했다. 코치님이 그에게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체육관 전체의 움직임과 분위기가 멈췄다. 싸해졌다. 결국 A는 동호회를 나갔다.


우리는 너무 공에 달려들지 말라고 피드백 했을 뿐인데, A는 마치 ’나한테 달려들지마세요 왜 그러세요‘ 라는 말을 들은 것마냥 기분 나빠했다. 물론 말로 뱉은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A의 표정, 태도, 행동으로 A의 기분은 명확히 전달됐다. 모두에게 확성기를 써서 말한것 만큼이나 확실했다.





김상욱 박사를 좋아한다.

항상 정의한다. 귀신이 무엇인지, 영웅이 무엇인지.


‘습관이 중요하다.’

항상 말하면서도 습관이 된다는 게 무엇인지 나만의 정의가 안되었다.

이번 운동 유산을 발굴하며, 나는 나의 적응과 습관에 대해 나만의 정의를 만들어본다.


<적응의 기간>

• 내 생활 전반을 바꾸는 데는 3개월이 필요하다.

• 그외에 생활의 부분를 바꾸는 건 1.5개월. 한달 반이 필요하다.

<습관이 된다는 것>

• 해도 힘들지 않고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지 않는 상태.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동 유산(1) 2023년 10월 17일의 조각 글


-나의 운동 유산 답사기 1화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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