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에 빠지다
많은 운동을 했지만, 수영은 참 특이한 운동이다.
평소엔 가리고 숨기기 바쁜
몸에게 자유를,
성별과 나이에 자유를,
옷과 시계와 물건, 소유에도
자유를 부여한다.
물 속 레인에 있으면
우리는 무엇도 하나도 상관이 없다.
동네 수영장에서 시작한 수영 초급반에서
나는 간만에 가장 순수한 순간을 마주했다.
수영을 하면 보이는 세상이 재밌어
물 밖에선 내외하는 남녀와 노소들이
물 속에선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해도
이상하지 않아
물안경을 끼고 물 속으로 흡! 들어가서야
몰래 목격할 수 있는
그 재밌고 큭큭 웃음이 나오는 장면을
포착하는 것이 좋아
버둥버둥 허우적대는 다리와
엉거주춤 어정쩡한 몸과 팔이 만들어내는
어린이 동화 같은 장면이 좋아
물 밖으로 팔을 턱 걸쳐놓고
푸근한 아저씨와 발랄한 아줌마랑 같이
당뇨와 자식 자랑 얘기를 들으며
웃는 순간들이 울려 퍼져 울렁울렁 우리의
웃음 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것이 좋아
뱃살이랑 옆구리살은 울룩불룩 잘 보이게
머리카락은 수모 속으로 쏙 숨겨 잘 안보이게
가지각색으로 생긴 각자의 몸은
가릴래야 가릴 수 없게
우리를 해방시키는 차림새가 좋아
이 모든 것들이 주는 자유로움이 좋아
물 밖 세상 없이 오로지 나
나는 여기에 있어
수영이 좋아
-수영 이야기(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