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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생이 Jun 23. 2024

수영 이야기(1) 수영이 좋아

수영에 빠지다

많은 운동을 했지만, 수영은 참 특이한 운동이다.


평소엔 가리고 숨기기 바쁜

몸에게 자유를,

성별과 나이에 자유를,

옷과 시계와 물건, 소유에도

자유를 부여한다.  


물 속 레인에 있으면

우리는 무엇도 하나도 상관이 없다.


동네 수영장에서 시작한 수영 초급반에서

나는 간만에 가장 순수한 순간을 마주했다.




수영을 하면 보이는 세상이 재밌어


물 밖에선 내외하는 남녀와 노소들이

물 속에선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해도

이상하지 않아


물안경을 끼고 물 속으로 흡! 들어가서야

몰래 목격할 수 있는

그 재밌고 큭큭 웃음이 나오는 장면을

포착하는 것이 좋아


버둥버둥 허우적대는 다리와

엉거주춤 어정쩡한 몸과 팔이 만들어내는

어린이 동화 같은 장면이 좋아


물 밖으로 팔을 턱 걸쳐놓고

푸근한 아저씨와 발랄한 아줌마랑 같이

당뇨와 자식 자랑 얘기를 들으며

웃는 순간들이 울려 퍼져 울렁울렁 우리의

웃음 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것이 좋아


뱃살이랑 옆구리살은 울룩불룩 잘 보이게

머리카락은 수모 속으로 쏙 숨겨 잘 안보이게

가지각색으로 생긴 각자의 몸은

가릴래야 가릴 수 없게

우리를 해방시키는 차림새가 좋아


이 모든 것들이 주는 자유로움이 좋아

물 밖 세상 없이 오로지 나

나는 여기에 있어


수영이 좋아



-수영 이야기(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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