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빛났던 순간, 나는 가장 외로웠다
합격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질투였다.
서울대에 합격했다.
합격자 명단 속 내 이름을 확인했을 때,
손끝이 떨렸고 가슴이 먹먹했다.
교무실에서는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복도에서는 낯선 학년의 후배들이 “우와… 서울대 진짜 나왔대!” 하고 수군거렸다.
교장 선생님은 방송으로 내 이름을 또박또박 불렀다.
“3학년 2반 학생이 서울대학교에 합격했습니다.
전교생 여러분, 박수 부탁드립니다.”
운동장에 울리는 박수 소리.
그 가운데 선 나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가장 가까웠던 친구였다.
우린 집도 가깝고, 도시락 반찬도 나눠 먹고, 시험공부도 함께 하던 사이였다.
그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내가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너랑 있으면… 내가 너무 초라해져.
미안.”
그 말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내가 뭘 그렇게까지 한 걸까?
그리고 이상한 시선들이 생겨났다.
누군가는 대놓고 뒷말을 했고,
누군가는 내 자리에 앉아 있던 책을 슬쩍 들춰보다가 한숨을 쉬고 자리를 떴다.
어느 날, 책상 위에 익명의 메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가난한 주제에 잘난 척.”
그 쪽지를 보며 나는,
손에 꼭 쥔 채 운동장을 몇 바퀴나 돌았다.
울고 싶었지만 울 수 없었다.
왜인지, 그 말이 맞는 것만 같아서.
밤에 집에 돌아와 조심스레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친구들이 자꾸 피하고,
나 뒷말 하는 것 같고… 나, 왜 이렇게 외로워?”
엄마는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한참 뒤, 조용히 말했다.
“그 애들도 어리잖아.
질투 말고는 너한테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거야.”
그 말에 오히려 눈물이 터졌다.
나는 그저 꿈을 이뤘을 뿐인데,
누구도 진심으로 기뻐해주지 않았다.
그 겨울, 학교 가는 게 무서웠다.
내 자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고,
수업 종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합격이란 단어가
이렇게나 조용한 고독을 불러올 줄 몰랐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됐다.
너무 빛나는 사람 옆에선, 누군가는 눈이 부신 게 아니라,
눈이 따가운 법이라는 걸.
그건 열여덟의 나에겐 너무 슬픈 진실이었다.
다음 편 예고
꿈꿨던 도시, 서울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은 내가 상상한 것처럼 반기지 않았다.
‘너 어디서 왔어?’
그 질문 하나로 나는 다시, 경계선 바깥 사람이 되었다.
5화. 서울, 나를 환영하지 않았다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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