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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22. 2021

#1 사춘기 아이들에게 고함

워킹맘 이야기

둘째 영어 숙제를 봐주다 하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모습에 폭발하길 여러 번,

결국 이런 말까지 했다.

"나 자식 때리는 부모 마음이 이해가 된다."

차라리 하지 말고 선생님한테 혼나던가.

그건 또 싫은지 엄마를 붙잡고 있다.

(말이 좋아 숙제하는 거 봐달라는 거지, 기실은 엄마가 풀라는 거다.)


부모가 자식 때리는 게 흔했던 그 시절에

나 자신은 자라면서 한 번도 안 맞아봤다.

그래서 학창 시절 훈육이란 이름으로 가하는 체벌에 대한 반감이 유독 심했다.


아이들 어릴 때 어린이집에는 '생각하는 의자'가 있었다.

잘못한 아이에게 잠시 앉아 반성하라는 뜻이다.

감정이 격해졌을 때 장소를 '분리'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육체적인 체벌로 아이를 겁을 줘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되짚어볼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좀 더 인격적인 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서, 자기주장과 고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일 텐데, 요새 사춘기는 초4, 중2, 고2에 오는지

아주 두 놈이 쌍으로 괴롭힌다.




숙제는 미리미리 하자.

양치질은 자기 전에 꼭 해야 한다.

옷을 벗으면 빨래 바구니에 넣어라.


해야 하는 데 정 하기가 싫다면,

그게 회복이 가능한 건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구별해라

지금 미루면 나중에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네가 나중에 마음먹을 때 원상복구가 된다면 포기해도 된다.

- 단, '안'하는 선택을 했으니, 원상복구의 책임도 혼자 지자.


- 이렇게 말하니 못 알아듣길래,

"영구치는 한 번만 나서 썩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해줬다.

그러자 둘째

"엄마, 임플란트 하면 돼."

그래서 그냥 네 돈으로 하던가?!라고 말해버렸다.


돈으로 해결하라니?!

내 의도는 그런 건 아니었는데, 나도 어지간히 말재주가 없다.


아이들과 말싸움으로 이길 나만의 논리없으니,

말이 씨알도 안 먹힌다.


우리 부모님들이 자식을 때렸던 건,

어쩌면 말로 설득할 논리와 철학이 부재한 탓일 수도 있다.

- 내지는 일일이 설득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 좀 더 원초적으로 들어가자면, 지금 나처럼 그냥 버럭 화가 나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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