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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06. 2021

나의 몸값은?

직장 생활 소고

한 곳에서만 직장 생활을 쭉 한 사람은 회사 내부에서만 비교를 한다.

내가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잘하는 데, '누구에 비해' 많다. 적다 생각을 한다.

사실 그 사람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는 건, 회사 내부에서나 연봉을 올릴 때나 중요한 요소다.


이직할 때는 내가 지원하는 회사가 얼마를 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중소기업에서 일한다고 일을 열심히 안 하고 일을 못해서 급여가 작은 게 아니다.

그 회사가 그만한 여력이 안돼서 못주는 거다.

이 둘을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당신이 잘난 게 아니라 당신이 다니는 회사가 잘난 거다.


오히려 기업의 규모가 작다면, 한 사람이 커버하는 영역이 커진다. 

만능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니 아는 것도 많아지고, 연차에 비해 빨리 전체를 보는 시각이 생긴다.

리소스가 부족하다 보니 문제해결력도 늘어난다.

전문성이 낮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막상 그 전문성이란 거 별거 없다. 절차가 복잡해지는 정도다.

반대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내 경험에서는 그렇다.


회사 규모에 따른 소팅(Sorting) 효과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들어가기 힘드니 소위 스펙 빵빵한 사람들이 뽑히겠지.

그런데,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큰 데서 일하냐 작은 데서 일하냐에 달린 게 아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요하다.


경력 산정 시 중소기업 경력은 절반만 인정하는 관례를 가진 회사가 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데서 일했으니 배운 게 부족하다고?

일은 누가 가르쳐 주나? 자기가 알아서 배우는 거다.

훌륭한 멘토나 선배를 만나는 기회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의지만큼 성장한다.


그 사람이 다른 대기업 다닌 지원자들에 비교해서 더 낫다 싶어 뽑았다면 그 직급과 연차에 맞는 연봉을 줘라.




일전에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모 선배가 굳이 밥을 사줘가며 한 말이 생각난다.

"내가 일하면서 OO자격증을 땄는데, 고등학교 때 그리 공부했으면 OO대를 갔겠지?"

"내 친구가 대기업 다니다가, 중소기업에서 모셔갔는데, 중소기업은 하는 일도 별로 없대.

 회사가 허락해줘서 한 달을 학원 다니면서 공부도 했다던데? 중소기업은 여유로운가 봐?!"

너무 유치해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있다.

굳이 '너 중소기업에서 이직했잖아.' 라는 말을 이리 돌려하고 싶었나보다.


'아마 그분은 막상 와보니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권고사직 당하고 1달치 위로금 받은 게 아닐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회사에서 한 달을 쉬면서 월급을 주게 할 리가?

 권고사직도 아니고 해고예고수당일 수도 있겠다.


입이 근질거렸지만 그냥 꾸~욱 참았다. 표정까지 관리가 됐으려나?


인사평가 시 인사파트를 평가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있다.

'평가결과'를 볼 수 있다는 논리인데,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그게 왜?!'라고 생각하지만,  평가담당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어, 누가 물어보면 원래 그런거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 분

"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데 그럼 똑같이 B를 받는 거냐?!"라고 아쉬워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을 '메타인지'라고 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결정적인 차이가 '메타인지'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자기가 몇 개를 틀렸는지, 왜 틀렸는지를 안다.

죄송합니다만 메타인지 부족으로 OO대를 가셨을 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학생도 '열심히'는 했거든요.


당신은 그냥 운이 좋았던 겁니다.

옛날에 태어난 것에 감사해야 해요.

당신이 지금 그 연봉을 받는 건 일을 잘해서, 당신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그냥 그 시절에 그 회사에 입사했고, 그 회사가 커져서 지급여력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얼마 전까지 호봉제였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 다닌다고 일 못하는 거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저것 다 해봐서 아는 것도 많고 문제해결력도 뛰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기가 좀 더 큰 데 다닌다고 잘난 척하지 맙시다.


정말 유치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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