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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12. 2021

인생에서 반복해서 벌어지는 일이 있다면,

직장 생활 소고

그녀는 노련했다.

사람을 보는 눈이 예리했고, 적당히 사람을 구슬리고 비위를 맞추는 데도 능했다.

비록 나이 차이는 4살밖에 나지 않았지만, 그녀와 나는 애초에 '급'이 달랐다.

당시 그녀의 눈에 나는 얼마나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였을까.


30대 중반, 뒤통수 세게 맞고 끊은 인연이긴 하나, 그녀는 두고두고 살면서 잊히지 않을 조언을 해준 사람이기도 하다. 

나 잘되라고 해준 말은 아니었으니 조언은 아닌 것 같기도?

그녀가 남긴 명언은 다음과 같다.

인생에서 반복해서 벌어지는 일이 있다면, 네 문제다.

'귀인이론'은 사람들이 행동의 원인을 추론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내 탓(내적 귀속), 남 탓, 환경 탓(외적 귀속), 이렇게 누구의 탓인지 따져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내로남불'과 같은 인지적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켈리는 공변모형(covariance model)으로 누구 탓을 할지를 '합치성', '특이성', '일관성'의 3가지 기준으로 체계화하였다. 사람, 사물, 행위의 일관성을 가지고 판단하는 방법이다.

- 난 편의상 사람, 사물, 행위로 구분해서 이 이론을 외웠으나, 이 이론을 설명하는 어디에도 저 기준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합치성(사람) : 남들도 그러한가? ⇒ 그렇다면 문제는 외부에 있다.

특이성(사물) : 그것에만 그러한가? ⇒ 그렇다면 문제는 외부에 있다.

일관성(행위) : 항상 그러한가? ⇒ 그렇다면 문제는 내부에 있다.


내 인생에서 반복해서 벌어지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은 '일관성'이 높은 것이고, 그렇다면 문제는 '내부'에 있는 것이다. 

결국 내 탓!


경영조직 교재를 보다 이 이론을 발견하고 그녀 생각이 났다.

물론 내 탓이라고 해도, 그게 내 잘못인 건 아니다.

그냥 문제의 원인이 내부적이라는 것이다.

그 내부적인 원인은, 내 상황과 처지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고, 내 성격과 기질에 의한 것도 있다.

내 성격과 기질 탓이라 해도 가치관의 차이인 것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그녀는 내가 너무 열심히 살아서 재수가 없다고 했다.

진부한 스토리라 굳이 말할 필요도 못 느끼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열심히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주어진다.

- 뭐 얼마나 살길래 스스로 열심히 산다고 말하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종종 그런 소리를 들었다로 겸연쩍음을 대신할 밖에.


열심히 사는 건 나쁜 건 아닌데 조심해야 할 게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것.

여기서 '모가 난 것'은 성격의 울퉁불퉁함이 아니라, 남과 다름이다.

남과 다름으로 겪는 불편함을 감수할 마음이 없다면 '모나지 말아야 한다.'


당시의 나는 '열심'인 게 좋았다.

일을 배우는 것도 즐겁고 내 일을 한다는 게 보람됐다. 그래서 잘해보고 싶었다.

그 와중에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마흔이 넘어서는 굳이 아닌 인연에 욕심낼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


주말에 읽은 로맨스 소설에서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있던 글귀를 부질없이 애썼던 나에게 보낸다.




무엇을 선택하든 사람을 만나면 항상 웃으렴.

물건을 건네받을 땐 고맙다고 말하고, 호의를 거절할 땐 미안하다고 해.

......

쓸데 없이 무례한 사람들에게까지 친절할 필요는 없어.

그래도 짜증은 그만 부리고, 길을 건널 땐 늘 좌우를 살피거라.

......

코델리아, 기억하렴

네가 어디에 있든 엄마는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 유폴히(지은이)>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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