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정 May 04. 2021

기를 당겨 쓴다.

직장 생활 소고

그런데 웬걸. 아무 이상 없이 너무나도 깨끗해서

의사 선생님도 당황해할 정도였다.

검사 결과를 이야기하며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에 대해

가만히 듣던 의사 선생님은 그제야 뭔가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를 당겨 쓰셨군요. 젊으셔서 버틴 거예요.”

내게는 어떤 병이 생긴 것이 아니었다.

온몸의 기를 다 당겨 써서 면역력 저하로 인해 ‘노화’가 온 것이었다.

언젠가 겪을 일임은 알았지만, 27살에 벌써 노화라니······.

병원을 나온 나는 암 선고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터덜터덜 걸어갔다.

- < 어쩌다 카페 사장, 이세잎 (지은이) > 중에서




#1 노무사 2차 시험일 한 달 전부터인가?

눈 앞이 흐릿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수면 부족인 줄 알았다.

흐릿하건 말건, 나는 흐트러지는 집중력을 어떻게든 붙들어보고자,

색색이 형관 펜으로 판례들을 죽죽 그어가며 외웠다.


시험이 끝나고 좀 지나서도 앞이 계속 안보이길래 안과를 갔는데,

시력이 0.2였다.

라식 수술로 1.0이었다가, 둘째를 낳고 0.5

기어이 0.2까지 떨어진 것이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임용을 준비했었다.

1차 시험 끝나고 아이를 낳았는데,

산후조리해야 할 사람이 책을 보고 있으니

산후도우미분이 좀 쉬라며 불을 꺼버리셨다.

괜스레 다시 불 켜기가 미안해서 컴컴한 방에서 교재를 봤었다.


꽤 건강체질이라고 자부했던 나는

아이를 낳으면서 임용고시를 보느라,

일을 하면서 노무사 공부를 하느라,

몸이 점점 망가졌다.


시험이 끝나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시험이 끝나자 내 몸은, 그간 자신을 혹사한 것에 대해

티를 내기 시작했다.




#2 자신이 가진 능력의 70%만 쓰라는 조언을 봤다.

그렇게 평상시 에너지를 아꼈다가,

100%가 요구되는 일이 주어졌을 때,

숨겨둔 능력을 꺼내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

이게 더 임팩트 있는 전략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이룬 단계에서는

이 말이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면 영리한 전략 같기도 하다.


< 어쩌다 카페 사장 >의 지은이는 고민한다.

덜 무리하고 일일 매출 0원, 몸과 바꾼 일일 매출 140만 원

무엇이 나은 선택일까?


양자택일의 문제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것들은 몸으로 밖에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몸과 돈(성취)을 바꾼 게 아니라,

몸을 갈아 넣어 잊히지 않는 인생의 교훈을 배운 것이다.













이전 08화 나의 몸값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