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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May 06. 2021

사이가 안좋다고 다른 부서로 발령?

인사 노무 사례 100개면 되겠니?

상황#1 한 고집 과장은 일을 한 번에 '네'하고 처리하는 법이 없다. 

늘 이 일은 왜 해야 하는 지를 부장에게 따진다

일에 대한 신념이 확고해 '시키는 대로'가 아닌 '나만의 스타일'로 업무를 처리한다.

중간보고를 하면 잔소리만 들으니, 보고는 결과만, 마감 일정이 지나 아무도 손을 쓸 수 없을 때 알려준다.

부장이 보고하라고 하면, "잘 되고 있습니다."로 일축하고 더 이상 물어도 답변하지 않는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한 고집 과장은, 부서 공동 업무에 있어서도 '나 몰라라'하는 바람에 부서원들과의 사이도 좋지 않다.


속이 썩을 때로 썩은 부장은, 한 고집 과장과 면담을 시도한다.

"한 과장, 아무래도 이 일이 적성이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한 고집 과장은 다른 부서에 가면 새로 일을 배워야 하는 게 귀찮다.

한 고집 과장은 "글쎄요."라고 대답했는데, 


금번 정기인사발령에 총무부에 근무하던 한 고집 과장은 영업관리팀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때마침 그 부서는 오랫동안 TO가 하나 비어있었던 것이다. 

고양이손이라도 필요하다며, 영업관리팀에서는 한 고집 과장을 받겠다고 한다.

한 고집 과장의 동의가 없는 인사발령, 부당 전보일까?




인사발령으로 '전보'는 사용자의 권한에 속합니다.

그러나, 간혹 징계의 하나로 악용이 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전직 등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법 제23조제1항)

엄밀하게 말하자면, 전보는 동일한 직렬에서, 동일한 직급으로의 이동이며, 전직은 다른 직렬, 동일한 직급으로의 이동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다른 직렬로 발령을 하는 전직이 좀 더 부담스러운 조치입니다.


전보이건 전직이건, '정당한 인사권 범위'에 속하는지는 다음의 3가지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1. (회사) 업무상의 필요성

2. (근로자) 그로 인한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

3. (절차)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전보 명령 등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 

그런데, 근로자와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의 사정, 근로자의 사정을 양쪽에 두고 저울질할 때, '성실한 협의'는 한쪽에 추 하나 얹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 고집 과장 회사는 영업관리팀 TO가 비어있었습니다.

총무부보다는 영업관리팀의 충원이 더 시급한 문제겠죠? 총무부장은 한 고집 과장의 일을 다른 부서원들에게 나누고, 업무부담이 작은 업무들을 모아, 비정규직 사원으로 충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1. (회사) 업무상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에, 한 고집 과장은 '아니다' 부장과 사이가 안 좋아 보복성으로 전보가 된 것이다를 주장합니다.

그런데, '근로자 사이의 인화' 문제로도 업무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든 모든 사례들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따져봐야 합니다.

(대판 2013.2.28, 2010두20447)

이 경우에는 전보가 한 고집 과장에 대한 제재의 의미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전보'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징계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한 고집 과장에게는 어떠한 생활상의 불이익이 있었을까요?

본점 근무에서 연고지 없는 지방으로의 전보명령이라면, 생활상의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가 이에 상응하는 지원(기숙사 제공, 거주비 지원 등)을 하였는지가 생활상의 불이익을 경감하는 주요 판단지표로 활용될 수 있겠죠.

그런데, 한 고집 과장은 근무장소의 변경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업무를 배워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직렬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사무직 내에서의 변경입니다.

→ 2. (근로자) 그로 인한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는 원만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았죠.

그러나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는 부차적인 요소입니다. 

'정당성'을 판단하는 지표 중에서는 비중이 작습니다.


한 고집 과장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호소할 수는 있겠으나, 한 고집 과장의 전보명령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인사실무자 Tip

• 전보, 전직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 업무상의 필요성, ▲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 ▲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 3가지입니다. 이 중 협의 절차 등은 부차적인 요소로 봅니다.




상황#2 한유진 과장은 사내변호사로 입사하였다. 소송 및 법률자문을 담당이 주 업무이다.

그런데 갑자기, 대표이사 비서로 발령을 받았다. 

한유진 과장의 꼼꼼한 일처리가 마음에 든 대표이사가 한유진 과장이 비서로도 잘 맞을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변호사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던 한유진 과장은 황당하다.

전문직으로 입사한 직원에게 다른 일을 시켜도 될까?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볼까요?

업무상의 필요성,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 별 문제없어 보입니다.

협의절차는 없었지만, 부차적인 문제라고 봅시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주의가 요구됩니다.

근로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에서 근로내용 또는 근로장소 등을 특정한 경우 이를 변경하는 내용의 전보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유진 과장은 '변호사'로 계약을 맺고 입사를 했습니다.

근로계약은 회사와 근로자가 서로 동의함으로써 성립이 됩니다.

따라서 그 근로계약의 내용을 바꾼다면,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2013.8.22, 서울행법 2012구합42915)




인사실무자 Tip

• 근로계약서에 직무가 특정된 경우, 특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묵시적으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전보', '전직' 시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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