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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May 08. 2021

부모들이 착각하는 것

워킹맘 이야기

어제 대학 선배 언니가 집에 놀러 왔다.

언니는 학교 선생님이다.

내가 어떻게 했는데, 아이 중간고사 점수가 그럴 수가 있냐고 하소연 하자,

언니가 한마디 했다.

"내가 교사 생활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

자기가 노력해서 성공한 부모들이 그래.

아이는 8 정도 할 수 있는데, 부모가 더 밀어주면 2를 보태 10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그건 부모 입장이야.

아이가 그 2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오히려 나중에 아이가 널 원망할 수도 있어.

공부하라고 아이를 너무 푸쉬하지 말고, 아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눠봐."




그제까지 나는 2만큼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아이와 같이 공부를 하면, 내 나름의 공부방법 등을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이것도 아이가 배우려는 마음이 있을 때라야 가능한 이야기긴 하다.

아이가 그럴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질 못하니,

엄마는 잔소리쟁이가 된다.


비코츠키의 학습이론에서는 조력자의 비계 역할을 강조한다.

※ 비계 (飛階) [건설 ] 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

부모, 선생님, 친구들의 도움(비계)으로 아이는 근접 발달 영역을 실제 발달 영역으로 확장해나간다. 

나는 2만큼의 도움이 아이에게 비계로 작용할 줄 알았다.

그런데 비계처럼 옆에서 지지해주는 것이 아니라, 도르래처럼 아이를 끌어올리려고 했던 걸까?


이런 나의 행동은 아이에게 혹여나, 그릇된 자아인식을 심어주지는 않았을까?




하버드대학의 마가렛 쉬 교수는 실험을 통해 상위권 학생들을 향한 성적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꺼버렸다. 그러자 자신의 우월함을 더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상위권 학생들이 고난도 문제를 풀 때의 성적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러나 다시 중위권 학생들과 경쟁을 치르게 하자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눈에 띄게 올라갔다.


쉬의 연구에서 우리가 놀라게 되는 부분은 중위권 학생들이 가지는 열등감이 상위권 학생에게는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연료로 쓰인다는 점이다. 특히 그 우월감에 대한 신호가 노골적일 때보다 은근하게 배어 있을 때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마치 자신의 특권을 즐기는 듯이 성적이 올라갔지만 정작 그 연료가 사라지면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다시 뚝 떨어졌다.


이 효과는 너무 분명해서 심리학자들의 여러 분야 실험을 통해서도 반복해 증명이 되었다.

누군가의 낮은 위치와 무너진 열등감은 반대의 사람에게는 조용한 우월감과 성취감이 된다.

심리학자들이 관찰하면 할수록 이 환경의 신호가 누군가에게는 선순환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목격되었다.

<하버드 상위1%의 비밀, 지은이 정주영 p.46 ~p.47>




나는 아이에게 어떤 신호를 주고 있던가?

'너는 부족해.'

'너는 나의 도움이 필요해.'

순한 아이를 내 마음대로 휘두드려 한 것은 아니었나?


또한 영리한 둘째와 은연중에 비교를 하진 않았나?

- 아이 앞에서 그런 말을 해본 적은 없지만, 엄마나 아빠의 말에서, 행동에서 아이가 그런 뉘앙스를 느끼진 않았을까?

그래서 자신을 더 낮게 보지는 않았을까?


사소하지만,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느렸던 아이를 위해, 일부러 싱크대 경첩 나사를 풀어놓고,

아이가 나사를 돌려 문을 고치면,

'대단하다.'라고 칭찬을 했던 어떤 현명한 엄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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