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을 임시보호하고 ''해외입양’’을 보내다(5)

지금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요?

by 차oIIc

아래의 이야기는 제 경험을 기반으로 써 내려간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일기입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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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멈췄어야 했다.’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인가 싶어 게으른 몸을 겨우 일으켜 집 근처의 강아지 놀이터에서 간단히 놀다 오기로 하였다.

다행히 오후 3시 즈음이 되자 비는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집 근처의 강아지 놀이터는 처음 가본 곳인데 어질리티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이미 놀고 있는 강아지들도 있었다.

멍멍이는 새로운 곳에 방문해서 살짝 흥분한 상태였다.

익숙하게 대형견 존에 넣어주고 공을 던져주며 뛰어놀았다.

땅이 많이 젖어있어서 진흙으로 많이 더러워졌지만 ‘아무렴 어때 목욕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개의치 않았다.


‘몰랐다, 이 젖은 진흙바닥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삼켜버릴 줄,,’


서너 마리의 강아지들과 신나게 쫒고 쫓기며 놀았다.

다른 강아지가 구름다리 모양 아래에서 땅을 파면서 놀고 있었는데 멍멍이가 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신나게 땅을 파며 노는 모습이 귀여워서 사진으로 담았다.

땅을 점점 깊게 파는 것 같아서 이제 그만하라고 멍멍이를 불러서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했다.

다른 데에서 놀다가 어느새 또 그 아래로 달려가서 다른 강아지와 경쟁하며 땅을 파고 있었다.


‘왜 저러지,, 땅을 파는 걸 원래 저렇게 좋아하는 개였나?’

‘오늘 쟤 희한하다 참.’


더 놀다가 이제는 조금 시큰둥 해진 멍멍이 표정에 그만 집에 갈 채비를 했다.

집에 도착 후 진흙으로 뒤집어쓴 멍멍이와 신나는 목욕 시간을 가졌다.


이때부터 이상했다.

평소와는 달랐다.


평소에는 털을 말릴 때 얌전하게 잘 말리는데 이 날따라 굉장히 거부가 심하고 밖에 나가려고 낑낑거리고 문을 긁었다.

피부병을 앓았던 경험 때문에 털을 속까지 잘 말려줘야 하는데 이 날은 처음 보는 거부 반응에 털을 절반 밖에 말리지 못한 채로 거실로 내보냈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서 배가 고파서 그랬나 싶어서 간식으로 조금 달래줬다.


저녁밥을 먹이고 다 같이 거실에서 자려고 이불을 폈다.

사실 출국 날짜가 정해진 이후 매일 거실에서 다 같이 자고 있었다.

별 탈 없이 간밤에 잠도 잘 잤지만 새벽부터 평소와 다른 이상한 낌새를 보였다.


새벽 5시경, 이불속 멍멍이 뱃속에서 꾸르륵 거리는 소리가 크게 나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쉬지 않고 나는 꾸르륵 소리에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꾸르륵 소리가 크게 들렸던 적이 있었나?’

‘이상하다. 소화가 안 되나?’

‘혹시 새벽에 우리 몰래 야크츄를 통째로 삼켰나?’


거실에 나와 있는 야크 츄 개수를 확인해 보니 그걸 삼킨 건 아닌가 보다.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심한 건 빼고 다른 건 문제가 없었다.

활력도 동일하고 식욕도 좋았다.

아침밥 먹을 시간이 되어 아침밥도 정상적으로 급여했다.

밥도 평소와 같이 뚝딱 잘 먹었다.


그런데 아침을 먹고 이불 위에서 쉬다가 한 30분 후 아침밥을 그대로 토해냈다.


‘이상하다. 여태껏 먹고 토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병원에 가야 하나?’


‘일단 활력이나 식욕도 좋으니 좀 더 지켜보자.’


이 날도 멍멍이 컨디션 난조로 펫파크에 가기로 한 계획은 또 무산이 되었고 대신 부모님 댁에 놀러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20여분 이동하는 길에 멍멍이의 표정이나 움직임이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평소에 차를 타면 창문에 기대어 바깥 구경하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한 채 앉아있는데 이 날은 인간 무릎에 폭 엎드려있다가 속이 불편한지 계속 자세를 바꿨다.

부모님 댁에 도착해서 우다다 뛰어놀다가 이번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흰 소파 위에 올라가더니 그 자리에서 또 잔뜩 토했다.


일시적인 게 아닌 것 같다 싶어 근처 병원을 검색했다.

예전에 막내(강아지)가 아플 때 긴급으로 종종 방문했던 근처 동물병원으로 전화 후 예약을 하고 바로 출발했다.

‘그땐 몰랐다. 그 길로 멍멍이 개복수술을 하게 될 줄은,,;


동물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또 토했다.

컨디션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는 게 눈으로 보였다.

걱정할 마음의 여유도 없이 재빠르게 병원으로 들어가 원장 선생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멍멍이의 복부초음파를 했다.


‘멍멍이 보호자분, 멍멍이 지금 큰 병원으로 가야 해요.’

‘예? 왜요?’

‘위확장이 너무 심하고 위염전이 의심되는데 지금 저희 병원에서는 수술할 여건이 안되니 큰 병원으로 옮기셔야 해요. 지금 빨리요.’

‘예? 수술이라뇨??????’

‘위염전이 심해지면 개복수술까지 해야 할 수 있어요. 더 심해지기 전에 큰 병원으로 가서 자세히 검사하고 조치를 하셔야 해요.’

‘아 원장님,, 이거 지금 긴급상황인 거죠?

‘네. 긴급상황입니다.’


어제까지는 너무 멀쩡히 뛰어놀았는데,, 갑자기 수술을 해야 한다니 머리가 하얘졌다.


‘어쩌지?’

‘왜 이런 거지? 위염전이라니 집에서 뭘 주워 먹었나?’

‘야크츄를 그냥 삼켜버렸나? 내가 분명히 잘 봤는데 집에서 분명히 개수도 다 셌는데!!’


센터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지금 멍멍이의 상황을 설명하고 혹시 2차 병원을 아는 곳이 있는지도 물었다.


우리는 강남 소재의 대형동물병원에서 바로 만나기로 했다.

마침 그곳은 우리 막내(강아지)가 심장병으로 2년 동안 진료를 받던 곳이어서 잘 아는 곳이었다.


공휴일이라 도로 위에는 차가 많았다.

운전을 하는 내내 손이 벌벌 떨렸다.

눈물이 줄줄 흘러 눈앞을 가렸다.


‘어떡하지? 정말 수술하게 되면 어떡하지?’

‘중성화 수술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수술을 해도 되나?’

‘어제 물을 먹고 뛰어서 그런 건가? 별로 마시지도 않았는데,’

‘분명히 놀이터에서 놀 때 한눈팔지 않았었는데, 언제 뭘 먹은 거지?’

‘다 내 잘못이야. 어제 그 놀이터에 가지 말걸.’


차 안에서 엉엉 울면서 병원까지 무사히 도착한 게 기적이었다.

2차 병원에서 이동하는 사이에 인간의 무릎 위에 한 번 더 토했다.

오전보다 활력이 확연히 떨어지는 것 같아 보였다.

무섭고 걱정이 되었다.

마음이 너무 급한데 도로에 차가 많아서 도착 시간은 도무지 줄어들지 않고 창문을 열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괜찮아, 멍멍아 괜찮아 다 왔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참아.’


병원에 도착해서 부리나케 접수하고 멍멍이는 곧바로 검사실로 들어갔다.

초음파를 보는 것 같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담당 의사 선생님이 나왔다.


‘멍멍이 보호자분, 멍멍이 위염전 아니고요. 장폐색입니다. 수술해야 할 것 같아요’

‘예??????? 장폐색이요??????? 왜요??????’

‘방금 전 다녀온 병원에서는 위염전이라는데요?’


‘장이 뭔가로 꽉 막혀있어서 그것 때문에 위 확장이 생겼어요.’


초음파 사진을 보니 정말 위가 풍선처럼 커져있었다.


‘그럼 이제 어쩌죠?’

‘위가 너무 커져서 위험하니까 일단 위에서 체액을 좀 빼내는 게 급선무고 장폐색은 그다음 문제예요.’

‘일단은 알겠습니다. 마취는 하고 하는 거죠? 안 아프게 해 주세요.’

‘그럼요.’


대기실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으니 센터 담당자가 토끼눈을 한 채로 뛰어들어왔다.

자초지종 상황을 설명하니 한숨을 푹 쉰다.


‘큰일이네. 2주 뒤 출국인데, 개복수술하면 비행기 못 탈 텐데,,’

‘개복수술까지 가면 안 되는데,,’


담당자는 이동봉사자까지 구해진 마당에 개복수술을 하게 되면 정해진 날짜에 출국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럼 이동봉사자를 새로 구해야 하는 것이 가장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해외 입양이든 뭐든 멍멍이가 수술실에서 못 나올까 봐, 혹시나 다른 문제가 생길까 봐, 수술이 잘 못 될까 봐,


‘괜찮아. 멍멍이 괜찮을 거야.’

우리는 서로를 다독였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고 멍멍이가 너무 걱정이 돼서 계속 눈물이 났다.


‘아직 6개월의 아기인데,’

‘얼마 전에 중성화 개복 수술해서 오늘 병원에 또 오기 무서울 텐데,’


두어 시간 시간이 흘러 로비 전광판에 멍멍이 이름이 뜨고 의사 선생님이 우리를 진료실로 불렀다.


‘일단 위 안에 체액은 잘 빼냈어요. 무려 1리터가 넘게 들어있더라고요.’ 하며 사진을 보여줬다.


오늘 새벽부터 오전 내내 토했던 색깔의 노란색의 액체가 통에 가득 들어있었다.

다행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장폐색이었다.

장을 막고 있는 뭔지 모를 직경 2.7센티짜리 이물질이 문제였다.


의사 선생님은 두 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첫 번째, 일단 반나절 정도 기다려보면서 이물질이 조금씩 아래로 움직여서 소화가 되어 나오길 바라기.

두 번째, 개복수술로 당장 꺼내기.


선생님의 소견을 물으니 의사 결정에 관해서는 보호자의 소관이기에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하지만 멍멍이의 장 크기에 비해 이물질의 크기가 너무 커서 꽉 막혀있다면 수술하게 될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센터 담당자가 수술 비용 관련해서 물었다.

개복 수술을 하게 되면 몇 백만 원에 뭘 추가하게 되면 몇 십만 원. 산소방이 있는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면 하루당 몇 십만에서 총 몇 백만원정도 될 것 같다고 안내를 해주셨다.

수술 비용을 듣고 담당자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비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 자리에서 당장 수술하길 원했다.


우리는 진료실에서 나와서 어찌할지 결정을 하기 위해 대화를 했다.


나는 ‘당장 수술을 하는 게 어떨지..’ 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센터 담당자가 말했다.

‘유기견들은 이럴 때 참 안타까워요. 아파도 책임져 줄 보호자가 없으니 이럴 때 바로 결정도 못하고..’

‘일단 선생님께서도 어차피 하루 더 기다린다고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하시니까요. 이물질이 알아서 내려오길 하루 더 기다려보죠.’


뒤통수를 세 개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 맞다. 나 보호자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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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응급 상황에서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당장 센터 담당자는 멍멍이 치료비를 위해 후원 모금을 열어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리고 개복수술을 하게 될 경우 예정된 해외 입양에 지장을 주니 제발 개복수술만은 안된다며 꼭 알아서 이물질이 나오길 기도하자고 했다.


‘일단 지금은 멍멍이 입양 일정보다 온전한 건강이 중요한 거니깐요. 나머지는 추후에 고려하면 되죠.’


담당자는 내 말이 들리는지 마는 건지 한숨만 푹푹 쉬면서 단체의 다른 직원과 통화를 했다.



항상 사고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닥친다.

하필 해외 출국이 이주일 남짓 남은 날에 병원에 입원을 해서 수술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니.


멍멍이는 병원에 하루 입원하여 24시간 의료진이 있는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우리는 다음 날 오전 11시 병원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멍멍이가 입원해 있는 그 병원은 내가 지난 2년 동안 수십 번은 들락날락하며 갈 때마다 울기도 많이 울었던 곳이다.

작년 7월 강아지 별에 간 우리 집 막내(강아지)의 마지막 숨결이 남아있는 곳이 그 병원이었다.

구석의 작은 진료실에서 온 가족이 모여 막내의 마지막 모습을 각자의 방법으로 눈에 담았던,

나는 그날 더 이상 흘릴 눈물이 남아 있을 줄 모를 만큼 많이 울었다.

흘러내리는 눈물 사이로 눈을 부릅뜨고 막내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았다.


‘거기에선 아프지 않으니까 숨도 편히 쉬고 맘껏 뛰어놀자.’

‘엄마, 아빠, 누나들, 형아가 우리 막내 가는 길도 함께 할 테니까 걱정 말고 먼저 가서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


막내를 보낸 지 7개월 만에 또 이 병원에 왔다.

이번에는 막내 때문은 아니지만 간절한 마음은 똑같다.


‘제발 꼭 낫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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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우리는 오전 11시 병원에 도착했고 센터 담당자는 조금 늦는다고 해서 우리 먼저 진료실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개복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물질이 전혀 움직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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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가능한 가장 빠른 수술은 언제일까요?’


진료실에서 조금 대기하니 소식을 들은 센터 담당자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의사 선생님께 들은 대로 상황을 설명을 했다.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담당자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센터 담당자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가서 수술 동의서를 작성하고 수술 과정 안내를 들었다.

장을 열어 이물질을 제거한 뒤 다시 닫으면 간단하지만 상황에 따라 위에도 이물질이 있으면 위도 열어야 한다고.


감사하게도 병원에서는 가장 빠른 시간대로 멍멍이의 수술을 잡아주었다.

수술 후 선생님 진료까지 두세 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여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카페에서 우리는 센터 담당자와 함께 병원비 후원 모금을 위해서 sns에 상황을 자세하게 정리해서 올렸다.

우리가 운영하던 sns계정에도 센터의 계좌를 태그 하여 모금을 열었고 센터의 sns에도 후원 모금을 열었다.

원체 인기가 많았던 강아지였던 터라 sns에 이번 사고에 관한 게시물을 올리니 실시간으로 후원이 들어왔다.

우리 가족들과 내가 임보 하는 사실을 아는 친구들까지 후원에 동참했다.


카페에 앉아 센터 담당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나는 멍멍이의 해외 입양에 대해서 담당자의 마음을 회유하려고 마지막으로 시도했다.


‘멍멍이가 개복수술까지 하게 되는 마당에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게 괜찮을까요?’

‘회복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요.’

‘모금도 이렇게 잘되는 거 보면 국내에서도 관심이 많은 아이예요. 꼭 해외로 보내지 않아도 되잖아요?’

‘지난번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제는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는 것도 문제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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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담당자는 말없이 본인의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이것 보세요.’


거기에는 이름 세 글자 옆에 백만 원의 후원금이 입금된 내역이 적혀있었다.


‘캐나다 입양자님이 백만 원 후원해 주셨어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강아지에게 이렇게 큰 금액을 선뜻 보내주실 만큼 이 멍멍이에게 진심인 분이랍니다.’


나는 강아지에 대한 진심을 후원금액으로 확인하는 센터 담당자의 행동에 화가 났다.


‘돈을 많이 내면 멍멍이에 대한 마음이 진심인 건가?’

‘내가 수술비 전액을 낸다면 나에게도 기회가 오는 건가?’ 그 자리에서 바로 이렇게 묻고 싶었다.


담당자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뻔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후원금의 크기로 사랑의 크기를 증명할 수 있을까?'

물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개복수술까지 한 어린 멍멍이를 15시간 이상 비행기를 태우는 거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 나는 후원금 백만 원이 멍멍이에 대한 소유권처럼 느껴졌다.


이 날 그동안의 의구심은 비로소 확신이 되었다.

동물을 위한 센터를 설립하고 헌신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줄 곧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 같다.

어차피 이 센터를 통해 임시보호를 시작했고 입양 와 모든 결정권이 이 센터의 소관이니 이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일 거라는 안일한 믿음이었다.

내가 애초에 시작한 ‘임시보호’의 취지에서 멀어지고 있는 기분이 들 때마다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 구조 단체는 강아지가 사고가 나서 아프고 응급상황이 벌어져도 그저 돈, 계획된 해외입양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게 먼저인 사람들.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고 그동안 여러 번의 선택의 기로에서 내가 한 결정들에 대한 후회가 물 밀듯이 몰려왔다.


강아지를 위한 센터인 줄 알았으나 ‘사람’이 중심인 곳이었다.



멍멍이의 수술이 끝났다는 알림을 받고 우리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이 모니터의 화면을 가리키며 설명을 해주셨다.


‘이게 멍멍이의 장을 막고 있던 이물질입니다.’


화면 속에는 직경 2.7센티정도 되어 보이는 시커먼 색의 동그랗고 아주 단단해 보이는 물질이 있었다.


‘저게 뭘까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커다란 개껌의 끄트머리로 추정하고 있어요.’


‘근데 저희 집에서는 저런 개껌을 준 적이 없어요. 산책할 때도 저런 건 눈에 띄었을 텐데,,,’


찰나에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생각난 곳.

엊그제 비 오는 날 방문했던 바로 그곳 ‘강아지 놀이터’였다.


‘아,, 그때 그렇게 열심히 땅을 팠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이걸 먹으려고 서로들 그렇게 열심히 돌아가면서 땅을 팠던 거구나.’

‘왜 하필 그걸 우리 멍멍이가,,’

‘네 목구멍보다 큰 이 개껌을 또 어떻게 삼킨 거니,,’

‘그동안 소화도 안되고 장의 입구를 딱 막고 있었으니 밤새 얼마나 배가 아팠을까..’


얼떨떨하던 지난 이틀의 상황이 이제야 모두 이해가 됐다.

정말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났다고 했다.

이제는 안도의 눈물이 흘렀다.


개복 수술 후, 아직 경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이틀정도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집에 가기 전 산소방에서 회복 중인 멍멍이를 면회할 수 있다고 했다.


얼굴을 보면 안쓰러워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보지 않으려다가 오늘 안 보면 앞으로 이틀 동안 보지 못하니까 용기를 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자기 몸 만한 깔때기를 쓴 멍멍이가 산소방에서 게슴츠레 눈을 반만 뜬 채 힘 없이 엎드려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 마취가 덜 깨서 저렇게 힘이 없어요.’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의료진들, 수많은 강아지들 사이에 누워있는 나의 작은 멍멍이만 보였다.

커다란 산소통과 의료기구 정신없이 뒤엉킨 채 연결되어 있는 많은 링거 줄들.

내 불찰로 멍멍이를 저런 상황에 놓이게 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꾹 참던 눈물이 자꾸 흘러나오는 걸 참기 위해 이를 악 물었다.


갑자기 뒤에서 어떤 커다랗고 무거운 손이 어깨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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